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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설차(雀舌茶)

제이제이 2015. 6. 19. 07:33

작설차(雀舌茶)

 

 

 

어찌 외로운 처지 물어주길 뜻 했으랴만

다른 길 간다고 싫어하질 않는구려

가을 숲의 규란을 먼저 보내고

봄에 불에 말린 작설 몇 번이나 보내왔네

 

스님 비록 옛정 잊지 못하지만

공도 없는 이사람 많이 받기 부끄럽네

두어 칸 낡은 집 뜰엔 풀이 돋았고

유월 장마에 온통 진흙길이네

 

홀연히 문 두드려 대 광주리 보내오니

신선한 향기가 옥과보다 더 좋구려

 

한식 전에 따서 향기 맑고

숲 아래 이슬을 아직도 머금은 듯

돌 솥엔 솨솨 솔바람 소리 나고

자기 사발엔 어즈러이 유화토 하네

 

 

이 제현(李 齊賢, 1287~1367)

호는 익재(益齊)이며 15세에 성균시(成均試)에 장원급제하고

또 병과(丙科)에 급제한 성리학자이자 문호이며,

대인(大人) 기상의 덕망 놓은 재상이었다.

66세 때 정승을 사임하고 이색을 천거하여 인재를 선별하였다.

저서로는 [익재선생집] [익재난고] [역웅패설] 등이 있다.

그는 경포대와 한송정에서 신라의 사선(四仙)들이 차 끓여

마시던 것과 똑같은 석지조를 개성 근처 묘련사에서 발견된 것을

기념하여 그 내력에 대한 기문(記文)을 쓰고 여러 문인들과

그 석지조에 차를 끓여 마셨다.

위 내용은 송광사의 방장스님이 세의(世宜)를 잊지 않고

차를 보낸 데에 대한 감사의 詩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