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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씻는 소리/ 무용대사

제이제이 2017. 8. 1. 13:12

마음 씻는 소리/ 무용대사

 


休言潭水本無情  (휴언담수본무정)   못물 정없다 말하지 마소

厥性由來得一淸  (궐성유래득일청)   본성은 원래 하나의 맑음

最愛寥寥明月夜  (최애요요명월야)   사랑스럽다 요요히 밝은 달밤

隔窓時送洗心聲  (격창시송세심성)   창 사이로 때로 보내는 마음 씻는 소리

 

 

위 시는 무용대사가 삼연 김창흡(金昌翕)에게 준 시이다.

삼연은 당시 사대부로서 명성이 높던 사람이다.

당시에도 고관대작이었을 것이 틀림없다.

이러한 높은 벼슬아치이면서 대표적 선비에게 주는 시 이지만,

시의 내용은 은연중 불교적 법리의 일상성을 전하고 있다.

 

물은 맑음이 그 자성 본체이다.

맑고 평정하다 함이 유동으로 상징될 수 있는 점이 없다 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그것이 원래의 본성이요, 이러한 본성이 있기에 고요한 밤의 물소리는

정려한 자의 마음을 씻기는 소리가 되기도 한다.

응용의 나름에 따라서는 정적인 맑음이 동적인 소리로 변하여

그 맑음의 본성에서 내 마음의 맑음을 배울 수도 있는 것이다.

 

항시 정려에만 사로잡혀 있는 것 같은 산승도 이러한 지기를 만나면,

저 물이 동적인 소리로 변하여 맑음을 전하듯이 승속을 뛰어넘어

산사를 찾아준 세속의 선비의 마음을 맑힐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처지의 다름에서 간격을 두고 사는 터이기는 하지만,

회심의 한 편의 시가 마음을 잇고, 거기에 따라 두 사람의 마음은 맑아진 것이다.


비록 심오한 교리적 표현은 아니지만, 마음과 마음으로

투영된 두 사람에게는 교리 이상의 마음의 교분이 나타나 있다.

끝 구의, 창에 가려 막혔다는 격창이라는 용어가 갖는 상징성도 재미가 있다.

어쩌면 서로 가리운 처지의 막힘으로 볼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들려오는 물소리는 이 막힘을 뚫어 주면서 마음까지 씻어주고 있다.


여기서 두 사람의 마음은 물의 자성 맑음이듯이 청정으로 이어진 것이다.

두 사람의 정의를 깨끗하게 표현하면서도, 저 속세적 의미로 끌리지 않고,

오히려 스님의 처지로 안아 법리적 자성으로 요리한 점에서,

스님의 기개를 엿볼 수 있어 아름답다.

역시 일상사를 선으로 함축하는 스님들의 자세라 여겨 더더욱 머리 숙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