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유점사에 사시는 어느 스님 한 분이 길을 가다 보니 나이 드셔서 얼굴에 검버섯이 피고
눈에는 촛점을 잃고 마치 가실 날만 기다리는 듯한 돌담 밑에 쪼그리고 앉은 노보살 한 분을 만납니다.
스님은 측은한 생각이 들어 하루 왼종일 저렇게 앉아 계시다가 저승사자가 오면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따라 나서실 것이 딱해 염불을 가르쳐 드리려 마음을 먹습니다.
보살님!, 보살님!
몇 번을 불러도 미동도 하지 않던 보살님은 한참 만에야 고개를 돌려 스님을 봅니다.
“보살님은 어찌 이러고 앉아 계십니까.
가족들은 어디 가고요.”
스님이 말을 붙이니 노보살은 초점이 없는 눈동자를 크게 해 말 붙이는 이가
누구인가를 확인하려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아니 웬 스님이 내게 이렇게 말을 거시나요.
나는 자식마저 집을 나가서 생사도 모르고 아무 낙이 없어 이제 갈 날만 기다리는 사람이요”
노보살은 관심이 없다는 눈치입니다.
스님이 말했습니다.
“혹시 보살님 소원이 있지는 않으신가요”
그러자 대답할 것 같지 않은 노보살이 이렇게 대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그저 자는 듯이 가는 것이 소원이요.
하루라도 빨리 가서 먼저 간 우리 집 양반 만나는 것이 소원이요.”
“그런 소원이 있으면 왜 소원을 이루려는 노력은 안 하세요.”
“거기에 무슨 노력이 힘이 된다 말입니까.”
“하하, 보살님 옛말에 노는 입에 염불을 한다는 소리를 들어 보셨을테니
지금부터라도 염불을 하여 보세요.”
“나는 염불할 줄도 모르고 어깨며 허리며 안 아픈 데가 없는데다
염불할 기력마저도 없으니 모든 일이 다 허사로 밖에는 안 들립니다.”
“그럼 염불하는 방법을 알려 드리면 염불을 해 보실 생각은 있으신가요?”
그러자 노보살은 고개를 두어 번 주억거립니다.
“그럼 제가 염불하는 방법을 일러 드릴테니 잘 따라 들으시고 시키는 대로 하세요.
보살님 생일이 언제인가요?”
“시월 초이레지.”
“그러시군요.”
“그럼 이제부터는 내가 염주를 하나 드릴테니 염주를 한 알 굴리면서 이렇게 염불하여 보세요.
어깨가 몹시 아프시면 금강산 어깨 보살 나무아미타불,
시월이라 초이렛날 나무아미타불, 자는 듯이 데려가소 나무아미타불.
허리가 아프실 때는 금강산 허리보살 나무아미타불,
시월이라 초이렛날 나무아미타불, 극락세계 가옵소서 나무아미타불.“
이렇게 몇 번이고 일러 드리고 스님은 길을 떠나고
그 날 이후로 노보살 홍천댁은 앉으나 서나 자나 깨나 두통 보살, 치통보살,
다리보살 해가면서 나무아미타불 염불이 입에서 끊이지를 않았습니다.
이렇게 염불을 하기 시작하면서 무엇인가 목적이 생기고 마음을 써 가니
서서히 홍천댁은 기력을 찾고 염불 공덕으로 소식이 없던 자식도 기별이 오고
금방이라도 돌아 갈 것 같던 보살님은 십여 년을 건강하게 잘 사시다가
시월이라 초이렛 날 목욕재계를 하고는 나 이제 갈라네,
동네 사람들아 나무아미타불, 열심히 염불하여 나무아미타불,
서방 정토 극락 세계 나무아미타불, 우리 같이 만나보세 나무아미타불하고는
정말 자는 듯이 몸을 벗으니 방안에는 처음 맡는 향내가 진동을 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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