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따라 가는 구름
風來雲逐來 (풍래운축래)
風去雲隨去 (풍거운수거)
雲從風去來 (운종풍거래)
風息雲何處 (풍식운하처)
오는 바람에 구름 따라 오고
바람 가면 구름도 따라 가지
구름은 바람 따라 오간다지만
바람 자면 구름 어디에 있죠
위 시는 월저(月渚)대사의 시이다.
월저대사는 편양(鞭羊)대사의 법손이고 풍담(楓潭)대사의 제자이다.
흔히 스님들의 생활을 운수행각이라 한다.
구름 가듯이 물 흐르듯이 어디에도 집착이 없는 자재로움을
비유적으로 일컬음에서 유래된 말일 것이다.
이 시는 이런 스님의 걸음을 표현했다 할 것이다.
바람과 구름이라는 단순한 소재로 오고 간다는 규칙적 동작을 연결시키면서
어디에도 매임이 없는 무주착의 높은 선기(禪機)를 보인다.
바람이 불면 구름도 따라 오고 바람이 가면
구름도 따라가는 것과 같은 것이 바로 인생의 참 모습이다.
그러하나 사람들은 여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려 애를 쓴다.
지나친 의미를 강조하려는 그 자체가 사사물물에 매달리려는 욕심이 아니겠는가.
이 욕심을 여의는 일이 바로 무주착의 일상의 초탈이 아닐까.
오고 감에 자유로운 저 구름을
스님의 발자취의 전형으로 삼았음을 이런 면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는 당시 참의를 지낸 권중경(權重經)이라는 이가 보낸 시에 대한 답시이다.
僧自白雲來 (승자백운래)
還向白雲去 (환향백운거)
白雲無定去 (백운무정거)
明日又何處 (명일우하처)
구름따라 왔던 스님
구름 보며 돌아가네
정처없는 것이 구름이니
내일은 어느 곳에 있나요
보내온 시가 스님들의 운수행각을 아무 부담없이 말한 것 같지만,
되짚어 보면 일정한 곳이 없는 스님들의 행각을 조소나 야유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이다.
그러나 여기에 대답하는 스님의 시는 그저 담담하다.
구름이나 바람이 자연의 한 호흡이듯이
인생의 삶 자체도 호흡의 한 순간이 아니겠느냐는 뜻으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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