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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시.한시.법어

산처럼 뜻을 세우다

산처럼 뜻을 세우다 / 懶翁禪師

 

覺性無迷亦無悟  [각성무미역무오] 

不離當處豁然開  [불리당처활연개]

於斯更欲求玄妙  [어사갱욕구현묘]

劫劫無能振法雷  [겁겁무능진법뢰]

 

깨달음의 본성에 미()도 없고 오()도 없으니

당처를 놓치지 않으면 활연히 열린다

이에 다시 현묘함 찾으려 하면

무한 시간에 법의 우뢰 울리지 못하랴

 

이 시는 나옹선사(懶翁禪師)가

게송을 요구하는 제자 뇌선(雷禪)에게 준 시이다.

 

깨달음의 본성에 원래

어리석음이나 깨우침이 따로 있을 수가 없다.

어리석음은 어리석음에 더욱 매달려

깨달음의 길로 들어서지 못하기에

끝내 혼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깨달음도 홀연한 깨달음이 있겠지만

그 또한 지혜로움으로 구하는

수련의 과정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기에 점점 수련의 과정을 거쳐 가야 한다는

점수(漸修)가 필요하다.

 

그러나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여

바로 당해의 핵심적 당체를 알지 못하면

그 또한 어리석음의 헤매임이니,

이 당처인 그 곳을 제대로 찾고,

찾았으면 거기에서 벗어남이 없는

정진이 있어야 깨달음의 길로 들것이고,

이 정진의 결실이 활연한 열림이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선의 수련이요,

이 수련은 항시 정진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서 홀연한 깨우침 뒤에도

점점 수련해야 한다는 돈오점수(頓悟漸修)가 강조된다.

 

활연한 깨달음이 열린 뒤에

다시 더 현묘한 진리를 찾으려 노력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무한의 겁 속에 항시

법의 우뢰 소리가 울릴 것이 틀림 없는 것이다.

 

선사의 이 시는 참선의 묘체에 대한

일반성을 음미한 것이기는 하나

이 시를 요구한 제자의 이름이 뇌선(雷禪)이기에

이 이름에 걸맞는

우뢰()의 법음에다 맞추어 지은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