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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사는 산사람

산에 사는 산사람



우리가 산을 찾는 것은 산이 거기 그렇게 있기 때문이 아니다.

그 산에 푸른 젊음이 있어 우리에게 손짓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 묻지 않은 사람과 때 묻지 않은 자연이 커다란 조화를 이루면서

끝없는 생명의 빛을 발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고 싶다. 그런 산에 돌아가 살고 싶다.

 

우리처럼 한평생 산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산은 단순한 자연이 아니다.

산은 곧 커다란 생명체요. 시들지 않는 영원한 품속이다.

산에는 꽃이 피고 꽃이 지는 일만이 아니라 거기에는 시가 있고,

음악이 있고, 사상이 있고, 종교가 있다.

인류의 위대한 사상이나 종교가 벽돌과 시멘트로 된 교실에서가 아니라,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숨 속에서 움텄다는 사실을 우리는 상기할 필요가 있다.

 

산에서 사는 사람들이 산에 대한 향수를 지니고 있다면

속 모르는 남들은 웃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산승들은 누구보다도 산으로 내닫는 진한 향수를 지닌다.

산에는 높이 솟은 봉우리만이 아니라 깊은 골짜기도 있다.

나무와 바위와 시냇물과 온갖 새들이며 짐승, 안개, 구름, 바람, 산울림,

이 밖에도 무수한 것들이 한데 어울려 하나의 산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산은 사 계절을 두고 늘 새롭다.

그 중에도 여름이 지나간 가을철 산은 영원한 나그네인 우리들을 설레게 한다.

인적이 미치지 않는 심산에서는 거울이 필요 없다.

둘레의 모든 것이 내 얼굴이요. 모습일 테니까.

달력도 필요 없다. 시간 밖에서 살 테니까.

혼자이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얽어매지 못할 것이다.

홀로 있다는 것은 순수한 내가 있는 것. 자유는 홀로 있음을 뜻한다.

 

-법정스님의『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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