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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와일드(Wild)"

와일드(Wild)



감독: 장 마크 발레

출연: 리즈 위더스푼, 로라 던, 가비 호프만, 찰스 베이커

원작 셰릴 스트레이드의 ‘와일드(Wild)


대구에서 생활하는 아들녀석이 모처럼 집에 와서

영화 와일드(Wild)를 볼 것을 강력히 추천하며 폰에다 다운을 해준다.

등산과 여행을 좋아하는 내가 생각났던 모양이다.



2012년 셰릴 스트레이드가 발표한 자전적 에세이가 이 영화의 원작이다.

누구나 한 번은 길을 잃고 누구나 한 번은 길을 만든다.”

미국 서부를 남북으로 가르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약칭 PCT)

셰릴이라는 여자 혼자서 무려 94일 동안 2663마일(4286km)을 종주한 것이다.



셰릴의 가정환경은 불우했다.

지긋지긋한 가난 속에 아빠는 엄청나게 폭력적이었다.

엄마는 셰릴과 셰릴의 남동생에게까지 위협을 가하는 아빠를 피해 도망쳤고,

결국 아빠와 이혼한후 가난 속에서도 억척스럽게 남매를 키웠다.

엄마는 폭력적인 남편을 만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유는 셰릴과 셰릴의 남동생을 그녀에게 주었기 때문이라는데,

그만큼 엄마는 건강한 모성을 지닌 여자였다.



그런 엄마와 행복한 인생을 맞이하려는 찰나,

남매에게 전부였던 엄마는 45세의 젊은 나이에 폐암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만다.

이후 남매는 길을 잃는다.

특히 셰릴은 자기 자신을 마구 파괴해가는데,

자신을 사랑하는 남편도 있었지만 수많은 남자들과 잠자리를 같이하고

심지어는 마약에까지 손을 대다가 임신까지 하고 만다.

그러다 남편에게 걸려 이혼까지 하게 된다.


그렇게 삶의 깊은 나락으로 떨어진 셰릴의 눈에 운명처럼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안내책자가 들어온다.

셰릴은 엄마가 기억하던 자랑스러운 딸로 돌아가기 위해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극한의 공간 PCT(Pacific Crest Trail)를 혼자서 걷기로 결심한다.

일출과 일몰은 매일 있는 거란다.

네가 마음만 먹는다면 볼 수가 있어.

너도 아름다움의 길에 들어설 수가 있어.”

아마도 셰릴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엄마와 동생과 함께 집 앞에서

해를 바라보던 장면이었고 그 기억으로 험난한 여정을 첫 발을 내딛었을 것이다.


이후 임신중절수술을 한 후 셰릴은 수천킬로의 PCT(Pacific Crest Trail) 길을 걷기 시작하며

과거의 자신과 만나고, 끊임없이 해일처럼 밀려드는 상처는 온전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러면서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전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엄마에 대한 그리움 속에 셰릴은 극도의 외로움과 마주한다.

결국 셰릴은 온전한 자기 자신과 만나며 치유를 경험하고, 남편도 엄마도 놓아줄 수 있게 된다.

그들을 잊은 것이 아닌 그녀의 가슴에 품는 법을 알게 된 것이다.

배낭 속 불필요한 것들을 빼내고 다시 채운 새로운 것들로 말이다.



가득 채워짐을 느꼈다는 것은 결국, 셰릴의 걷기는 그 채움을 비우기 위한 여정일까?

아니면 눈앞에 펼쳐진 자연의 아름다움 때문일까?

인생이란 얼마나 예측불허의 것인가그러니 흘러가는 대로, 그대로 내버려둘 수밖에.”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둘 수 있는 것은 그이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길을 걷기 시작할 때 도입부에 감질나게 들리던 사이먼 앤 가펑클의 <El Condor Pasa>노래는

중간에 주인공의 삶과 추억을 끄집어내면서 가사를 되새기게 만들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물밀듯 터진다.

그렇게 영화가 끝이나고, 엔딩 크레디트에서 보이는 실제 주인공 셰릴 스트레이드의

환한 미소를 보니 그녀의 고단했던 여정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을 잇는 4,285km의 도보여행 코스 PCT(Pacific Crest Trail).


거친 등산로와 눈 덮인 고산 지대, 아홉개의 산맥과 사막, 광활한 평원과 화산지대까지

인간이 만날 수 있는 모든 자연 환경을 거치고서야 완주할 수 있는 PCT

평균 152일이 걸리는 극한의 도보여행 코스로악마의 코스라 불리기도 한다.

한 번 들어가면 다시 나오기도 쉽지 않은 코스일 뿐만 아니라 폭설이나 화재와 같이

뜻하지 않은 재해로 수 개월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기에

연간 약 125명이 겨우 성공할 수 있을 정도로 변화무쌍한 극한의 여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PCT는 절대 고독의 공간으로,

도보 여행자들은 육체적인 피로는 물론 수시로 찾아 오는 외로움과도 맞서 싸워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