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 산 속의 집에~
山堂靜夜坐無言(산당정야좌무언) 고요한 밤 산 속의 집에 말없이 앉았으니
寂寂寥寥本自然(적적요요본자연) 적막하기 짝이 없어 본래 그대로인데
何事西風動林野(하사서풍동임야) 무슨 일로 저 바람은 잠든 숲을 흔드나
一聲寒雁戾長天(일성한안려장천) 기러기 소리 내며 장천을 날아가네
산 속의 적막한 가을 밤 풍경을 읊으면서 인간의 내면을 관조한 시다.
이 시는 너무나 많이 회자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애송시다.
인간의 본래 한 생각의 번뇌망상을 일으키기 전에는 고요한 적멸 뿐이었다.
아무 일이 없는 고요 그 자체로 존재의 의식마저 일어나지 않았다.
나라는 것도 없었고 너라는 것도 없었다.
주객이 나누어져 서기 이전의 경계,
곧 본성의 세계에는 무명의 바람이 부는 일이 없다.
법화경의 사구게(四句偈)에서도
“諸法從本來 常自寂滅相 (제법종본래 상자적멸상)
제법은 항상 고요할 뿐” 이라고 하였다.
내가 살아가는 이 한 생에 있어서 언제부터 이토록
많은 근심과 걱정이 쌓이기 시작했는가?
인연이 닿아 관계가 맺어지기 전에는 무심할 뿐이었는데,
인연 이후에 이리도 그립고 초조하기만 하다.
서풍이 불어 숲을 흔든다는 것은 생멸심의 번뇌가 바람이 되어
내 마음을 흔드는 것을 말하고,
기러기가 울며 하늘을 날아간다는 것은 우리들 존재의 고민이
현실에 부딪혀 물결처럼 일렁이고 있음을 뜻한다.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은 내가 왜 이러는가?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희·노·애·락을 싣고 사는 인생. 이것이 바로 숲을 흔드는 바람이요,
하늘을 날아가는 기러기 울음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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