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 강해 8-조견(照見)
조견(照見)이란 ‘비추어 본다’는 의미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비추어 보는 것을 말합니다.
있는 그대로라고 하면 고정관념, 편견, 선입견이나 어떤 상(相)을
짓지 않고 바라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도(中道)의 관찰이기도 합니다.
부처님도 바로 이 현실의 조견을 통해 확연한 깨달음을 이룰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팔정도의 정견(正見)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부처님은 어떤 형이상학적인 세계라든가,
절대자에 의해서 피동적으로 깨달음을 얻으신 분이 아닙니다.
다만 부처님께서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 대해 있는 그대로
비추어 보셨기에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다시 말해 부처님의 깨달음은 전적으로 현실에 대한 비춤,
즉 조견의 결과라는 말입니다.
‘나’에 대한 조견,‘현실’에 대한 조견이 바로 깨달음으로 가는
수행자의 바른 길임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
나’ 그리고 ‘현실’ 이외의 그 어떤 것에 의해서 깨달음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스스로 나와 내 밖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비추어 봄[조견]으로써
나와 내 밖의 현실이 어떠한 모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어떠한 법칙성을 가지고 돌아가고 있는지, 어떠한 성질,
속성을 가지고 있는지 등에 대한 온전한 깨침을 얻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근본불교 교설이라고 하는 연기법, 삼법인, 오온, 육근, 십이처,
십팔계, 업, 윤회, 사성제, 팔정도, 사념처 등 이 모든 교설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고타마 싯다르타의, 현실[일체, 제법, 우주, 세계]에 대한
올바른 관찰이 있었기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현실을 가만히 관찰해 봄으로써 연기법이라는 현실의 법칙을
조견할 수 있었고, 그 연기법(緣起法)을 통해 현실의 속성, 성질인
삼법인(三法印)의 교설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또한 현실의 구성방식을 가만히 비추어 보니, 우리의 신(身), 구(口), 의(意) 3가지로
행한 행위가 업이 되어 윤회의 수레바퀴를 돌고 돈다는 것을 여실하게 보신 것입니다.
이렇게 현실의 법칙, 현실의 성질, 현실의 구성방식에 대하여 조견하시고는,
그렇다면 현실, 일체, 제법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비추어 보셨습니다.
오온(五蘊), 십이처(十二處), 십팔계(十八界)라는 교설이 바로
현실의 모습, 일체 제법, 다시 말해 불교의 우주관, 세계관인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비추어 보신 결과, 오온이 모두 공(空)함을 깨달으셨습니다.
즉 조견의 결과 오온개공(五蘊皆空)을 알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근본불교의 핵심 가르침인 삼법인의 무아(無我)의 교설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처님께서 비추어 보신[照見] 가르침에 대해서 개괄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말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근본 가르침이 무엇인지를 우선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이유는 근본불교의 가르침의 전반적 교설을 알고 있어야,
이것이 대승불교의 공(空) 사상에 와서 오온개공(五蘊皆空)이라는
짧은 경구로 표현된 연유를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설하신 근본불교의 교설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어야만
대승의 공 사상을 제대로 이해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대승의 공(空) 사상이 근본교리를 부정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이는 다만 시대적 배경과 현실 상황에 따라 겉모습만 잠시 달라진 것일 뿐 그 가르침의 본질은
하나로 통일되어 있으며, 새로운 각도에서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불교의 근본교설, 다시 말해 기초교리를
체계적, 유기적으로 정리해 보고 넘어가는 것이 순서일 것입니다.
그래야만 앞으로 나오게 될 반야심경의 모든 가르침에 대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반야심경은 언뜻 보기에 부처님께서 설하신 근본교설의 가르침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색수상행식[오온]을 부정하고,
안이비설신의[육근]와 색성향미촉법[육경]을 부정하며
십팔계, 12연기, 사성제를 비롯 깨달음까지를 부정하여
어디에도 얻을 것이 없다는 무소득의 가르침을 설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부정은 부정을 위한 부정이 아닌 삿된 것을 파하고
오히려 밝은 것을 드러내고자 하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은 이후에 따로 설명할 것입니다.
여하튼 이러한 반야심경의 본문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근본불교의 교설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보통 10년, 20년 아니 평생을 두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해 온 사람도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하여 명확하고 체계적인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음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으례히 부처님의 법이라고 하면, 연기법이고, 삼법인이며,
사성제, 팔정도, 오온, 십이연기, 십이처, 업, 윤회가 있다고
근본불교 교설을 중구난방 식으로 나열하는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교설이 왜 나왔으며, 어떻게 서로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이러한 교설이 불교의 핵심 사상이라고 한다면 과연 이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괴로움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는지 등등의 문제에 대해
포괄적으로 검토하는 작업, 그리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이러한 체계가 잡혀야만 이후 부파불교와 대승불교의 중관(中觀), 유식(唯識),
밀교(密敎), 천태(天台), 화엄(華嚴), 선(禪), 정토(淨土) 사상 등의
역사적 전개를 공부해 나아감에 있어서 교리의 역사,
즉 불교 사상사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헤매지 않을 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러한 체계를 토대로 반야심경의 공(空) 사상을 살펴보아야만
공사상의 올바른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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