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가며 담는 마음
모름지기 살아간다는 것은 가득 채워져
더 들어갈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 비워가며 담는 마음이다.
비워 내지도 않고 담으려 하는 욕심,
내 안엔 그 욕심이 너무 많아 이리 고생이다.
언제면 내 가슴속에 이웃에게 열어 보여도 부끄럽지 않은
수수한 마음이 들어와 앉아 둥지를 틀구
바싹 마른 참깨를 거꾸로 들고 털 때
소소소소 쏟아지는 그런 소리 같은 가벼움이 자릴 잡아 평화로울가.
늘 내 강물엔 파문이 일고 눈 자국엔 물기 어린 축축함으로
풀잎에 빗물 떨어지듯 초라하니 그 위에 바스러지는 가녀린 상념은
지줄 대는 산새의 목청으로도 어루만지고 달래주질 못하니…
한 입 배어 먹었을 때 소리 맑고 단맛 깊은 한겨울 무
그 아삭거림 같은 맑음이 너무도 그립다.
한 맺히게 울어대는 뻐꾹이 목청처럼 피맺히게 토해내는 내 언어들은
죽은 에미의 젖꼭지를 물고 빨아내는 철없는 어린것의 울음을 닮았다.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이 곧 나다.
육체 속에 영혼 속에 수줍은 듯 숨어 있는 것도 역시 나다.
나를 다스리는 주인도, 나를 구박하는 하인도, 변함 없는 나다.
심금을 울리는 하나의 목소리 하나의 외침, 외침들,
그것도 역시 나다.
나를 채찍 질 하는 것도 나요, 나를 헹구어 주는 것도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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