至後入城宿版泉(지후입성숙판천)
성에 들어와 우물의 귀틀에 깔아 둔 널판지에서 머무르다.
人生聚散摠雲烟 (인생취산총운연)
且可相逢一燦然 (차가상봉일찬연)
作客因緣多雪夜 (작객인연다설야)
吟詩次第到梅天 (음시차제도매천)
在家禪定同蕭寺 (재가선정동소사)
得酒貪餮廢玉船 (득주탐철폐옥선)
只尺依依如夢境 (지척의의여몽경)
此時難見更堪憐 (차시난견갱감련)
인생에서 모였다 흩어지기는 구름이나 안개 같은 것
다 제쳐 두고 서로 만나 한바탕 웃고 나면 그만이지.
나그네 되는 인연은 눈 오는 밤에 흔히 만들어지고
시를 읊는 자리는 매화 필 때에 차례가 오네.
집에 머물러 선정에 드니 절에 간 것과 한가지라
술을 얻고 실컷 마셔대 배 같은 술잔 엎어버리네.
지척에 두고 하염없이 꿈결인 양 떠오르는 사람
이런 때 보기 어려우니 사뭇 더 그리워지네.
한겨울에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와 벗들과 만났다.
나이 들고 보니 만남과 헤어짐이 무상하다.
구구한 사연일랑 다 접어두고 담소 나누며
잠깐이나마 즐겁게 보내자.
돌아보면 눈이 내리는 세모에는 자주 바깥 나들이하여
벗들과 어울려 시를 지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절간처럼 조용히 지내다 술을 얻어 실컷 취하였다.
그러고 나니 자리를 함께하지 못한 벗이 자꾸만 떠오른다.
취기 탓인가?
가까운 곳에 있어도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
몹시도 그리워지는 겨울밤이다.
남상교(南尙敎, 1783~1866)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천주교 순교자다.
자는 문숙(文叔), 호는 우촌(雨村)
본관은 의령(宜寧)으로 남종삼(南鍾三)의 양부다.
진사가 되어 음보로 수령과 충주목사를 지내고,
1827년(순조27) 북경에서 가톨릭 영세를 받았다.
조카 남종삼을 입양하여 입교시키고, 많은 교인들을 가르쳤다.
1865년(고종2) 동지돈령부사가 되었다.
남종삼이 승지가 되어 흥선대원군에게 프랑스 신부들과 만남을
주선하다가 실패하고, 1866년(고종3) 병인(丙寅)박해 때 체포되어
새남터에서 처형되자, 그도 공주로 이송되어 순교하였다.
저서에 《우촌시고(雨村詩藁)》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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