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와도 봄을 몰라 / 환성대사
盡日忘機坐 (진일망기좌)
春來不識春 (춘래불식춘)
鳥嫌僧入定 (조혐승입정)
窓外喚山人 (창외환산인)
기미마저 잊고 종일 앉아 있자니
봄은 왔지만 봄인 줄도 모르네
새는 선정에 든 스님이 미워서
창 밖에서 산사람을 불러대고 있네
스님들에게 있어서, 시문이 전문적 문학인보다 담담한 것은
바로 이 일상성을 삶의 진실로 보는,
일상사가 바로 선이라는 생각에서
그러한 표현이 자연스럽게 나오기 때문이다.
위의 시도 이 일상사가
바로 선이라는 담담함에서 우러난 진실이다.
첫 구에서의 기미를 잊고 앉아있다는 망기좌(忘機坐)에서
스님들의 일상사를 한 눈에 읽을 수 있다.
여기서 망기라는 말을 다시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흔히 우리는 수양이나 수도의 경지를
나를 잊는다는 망아나, 혹은 삶의 지표라 할
도를 잊는다는 망도(忘道)로 표현한다.
이는 아직까지도 잊음의 대상을 상정하고
있는 것이기에 잊어도 다 잊을 수? 없다.
그러나 스님들이 말하는 이 망기는 존재를 인정하게 되는
원초적 계기인 기미까지도 잊어야 한다 함이니,
그 격이 월등히 높은 한 수 위이다.
이 시는 이러한 망기가 전제되어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그러한 스님들에게 인간세사의 모든 것은 의미가 없다.
계절의 오고감이 의식될 것이 없다.
사철의 계절 어느 것인들 계절적 특색이 없으리오마는,
겨울이라는 우울을 견디고 맞는 봄은 그래도 색다른 것이다.
봄을 모른다함은 계절도 의미없다는 상징이다.
새는 봄을 알리는 전령이다.
자연이 새를 시켜서 봄을 울리게 하는데
스님은 봄 자체를 모르니, 새가 싫어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 새의 울음은 이 계절을 모르는 산승을 부르는 것이다.
망기의 스님이 봄을 모른다 함이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표현을 새의 울음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이끌어낸 것이다.
님의 망기는 바로 자연을
장 가까이 하려는 지기(知機)의 전제이다.
'선시.한시.법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금에 값하는 한 조각 구름 (0) | 2014.10.24 |
---|---|
추야월(秋夜月) (0) | 2014.10.17 |
괴정에서 우연히 읊다(槐亭偶吟) (0) | 2014.08.05 |
"망향산(望香山)" (0) | 2014.07.30 |
월하독작(月下獨酌) (0) | 2014.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