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 처리 확실히 하고, 하산 뒤풀이 후 느슨하게 맨 끈 조심해야~
인터넷 산악회에 이런 글이 게시되었다.
‘제가 지난 주말 산에 갔다가 등산화 고리에 끈이 걸려 넘어지면서 얼굴을 땅에 박았어요.
땅에 바로 부딪혔던 앞니는 통증이 심했지만 다행히 부러지진 않았어요.
그런데 며칠 지나니 앞니 색깔이 이상하더라고요.
치과에 갔더니 치아가 뇌사했다고 합니다.
신경이 죽어서 혈액과 영양이 공급되지 못해 치아가 갈색으로 변하는 것이었어요.
치료 때문에 100만 원이 넘는 큰돈이 나가게 생겼어요.
이 돈이면 대형 배낭이랑 텐트를 살 수 있는데, 안타까워요.
저 같은 사고 당하지 말고 등산화 끈 처리 확실히 하길 당부 드려요.’
▲ 등산화 끈이 다른 발의 등산화 고리에 걸려 넘어져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잦다.
이런 사고는 사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난다.
그러나 단순히 넘어지는 것과 달리 등산화 끈이 고리에 걸려 넘어지는 것이기에,
발을 쓸 수 없는 상태에서 넘어지게 된다.
훨씬 센 강도로 넘어져 대형 사고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절벽의 리지에서 이런 일을 당한다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8,000m 14고봉 완등에 도전했던 걸출한 여성 산악인 고미영씨도
낭가파르바트를 등정하고 하산하던 도중 비슷한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었다.
대원들끼리 로프를 연결해서 묶지 않고도 갈 수 있는 어렵지 않은 길을 내려가다
아이젠이 옷에 걸려 추락했다는 것이 그녀의 추락에 관한 가장 유력한 추측이다.
아무리 운동능력이 뛰어난 산악인도 발이 걸린 상황에서는
속수무책으로 사고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 틈이 벌어져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ㄷ’자형 고리와 이를 개선한 폐쇄형 고리(아래).
사고를 유발하는 부분은 등산화의 발목 부위에서 끈을 고정하는 ‘ㄷ’자형 철제 고리다.
발목 부위를 감싸는 형태의 등산화는 쉽게 신발을 벗을 수 있도록
‘ㄷ’자 모양의 걸고리를 가장 위쪽에 1~2개씩 사용해 왔다.
특히 중등산화 이상의 미들컷과 하이컷 신발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문제는 등산을 하다가 벌어진 ‘ㄷ’자 고리의 틈으로 다른 쪽 신발의 끈이나
고리가 걸리면 발이 엉키면서 넘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일부 고리는 강도가 약한 철제로 제작돼 착용 중에 ‘ㄷ’자의 끝이 벌어지기도 해 더 위험하다.
한국소비자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아웃도어 업체들에게 시정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대부분의 등산화 고리는 등산화 맨 위쪽에 부착되어 있는데,
7개 업체(노스페이스, 라푸마, 밀레, 블랙야크, K2, 코오롱스포츠, 트랙스타) 등산화의 경우
고리 끝이 벌어지거나, 두께가 얇거나, 고리끼리 서로 부딪치기 쉬운 위치에 있어
소비자가 보행하다가 한쪽 등산화 고리에 다른 쪽의 고리나 끈이 걸려 넘어질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소비자원에 접수된 등산화 관련 안전사고 가운데 21%가 이 같은 ‘ㄷ’자형 고리 때문에 발생했다.
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최근 업체들은 고리 끝 부분을 안쪽으로 둥글게 오므려
디자인을 바꾸거나, 폐쇄형으로 교체했다.
또 쉽게 구부러지지 않도록 강화 철제를 사용했다.
7개 업체는 이번에 소비자원 권고를 받아들여 이미 판매한 등산화도 소비자가 원하면
안전한 형태의 고리로 무상 교체해 주기로 했다.
수리를 받으려면 해당 업체의 애프터서비스 센터를 방문하거나 판매 대리점에 문의하면 된다.
▲ 등산화 끈을 X자로 조인 다음 이중 나비매듭으로 풀리지 않게 하여
고리를 등산화 속에 넣거나 발등의 X자 매듭 아래 넣어 고정해야 한다.
등산화 고리를 교체하는 것도 좋지만, 줄을 잘 묶는 것이 우선이다.
보통 고리에 걸리기 쉬운 등산화는 발목 부분을 잡아 주는 하이컷 등산화다.
상단 마지막 고리까지 X자로 교차시켜 꽉 조여야 한다.
끈을 고리로 만들어 묶을 때는 두 번 감아 풀리지 않게 해야 한다.
끈을 묶은 다음에는 덜렁거리는 나비 모양의 매듭을 발등의 교차한 끈 밑으로 넣어야 한다.
혹은 신발 안쪽으로 고리를 밀어 넣어 덜렁거리는 부분이 없도록 해야 한다.
고리나 이물질에 끈이 걸리는 걸 원천적으로 막는 것이다.
깔끔한 끈 처리는 사소한 부분이지만 이런 작은 노하우가 쌓여 안전한 산행을 완성한다.
최근에는 등산화 끈을 대체하는 신기술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 개발한 ‘보아(BOA) 클로저 시스템’은 와이어를 조이는 다이얼 방식이라 고리에 걸려 넘어질 일이 없다.
다이얼을 돌릴 때마다 ‘재깍’ 하는 소리가 나는데 이때마다 1mm씩 조절이 되는 것이다.
한겨울 산행 시 손이 시릴 때도 번거롭게 묶지 않고 다이얼만 돌리면 되니 편리하다.
여러 브랜드들이 보아 클로저 방식을 적용한 신발을 내놓고 있지만,
대체로 로우컷의 경등산화에 적용되고 있으며 중등산화는 대부분 전통적인 끈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산행 중에는 등산화 끈을 꽉 묶은 채 약간의 긴장 상태로 걷기에 이런 사고가 흔치는 않다.
하산 후에 이런 사고가 빈번한데 산행 후 뒤풀이,
즉 음주를 한 상태에서 등산화 끈을 꽉 조여 매지 않았다가 고리에 걸려 사고가 나는 일이 흔하다.
산행은 하산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사히 집에 돌아왔을 때 끝나는 것이다.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산행이 끝난 것이 아니므로, 등산화 끈은 집에 와서 풀어야 한다.
_월간 “산” 2015.2월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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