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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시.한시.법어

영정중월 (詠井中月)

-영정중월 (詠井中月)-

 

 

山僧貪月色  (산승탐월색)

幷汲一甁中  (병급일병중)

到寺方應覺  (도사방응각)

甁傾月亦空  (병경월역공)

 

 

산에 사는 스님이 달빛이 좋아

병 속에 물과 달을 함께 길었네.

절에 돌아와 비로소 깨달았으리.

병을 기울이면 달도 따라 비게 되는 것을

 

 

 

고려 중기에 이 규보(李 奎報)가 지은 한시

오언절구로, 작자의 문집인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후집(後集), 1에 수록되어 있으며,

장지연(張志淵)이 편한 『대동시선(大東詩選)』에 이규보 작이라고 전한다.

 

이 시는 우물 속에 잠긴 달을 노래한 작품으로,

산승(山僧)이 달빛을 사랑하여 물을 길으며 달을 함께 담아오지만, 절에 이르러

물병을 기울이면 달도 사라지고 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달빛은 마냥 물 속에 풀려 있는 것이 아니며, 달이 사라지면 달빛도 사라지고 만다는

자명한 사실을 한 산승을 등장시켜 잔잔한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

꿈이 영롱하게 서려 있는 달빛을 한 병의 물 속에 담아

내 것으로 하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말하여준다.

 

그리고 이 시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乖離)를 비유적으로 읊고 있는데~

달을 하나의 진리라고 상정해 보면, 진리를 추구하여 가는 과정,

즉 수도(修道)의 어려움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진리는 어디에나 있는 것이지만 그 진리를 찾아서 자기의 언어로 옮긴 순간

그 진리는 공허한 것이 되고 만다는 선사상(禪思想)이 내포되어 있다.

짧은 4행시에 많은 뜻을 함축하여 상징적으로 처리한 수법이 탁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