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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시.한시.법어

浴川(욕천)

浴川(욕천)   -남명 조식(南冥 曺植)-

 

 

全身四十年前累 (전신사십년전루)

千斛淸淵洗盡休 (천곡청연세진휴)

塵土倘能生五內 (진토당능생오내)

直今刳腹付歸流 (직금고복부귀류)

 

온 몸에 쌓인 사십년 허물을

천섬 맑은 물에 모두 씻어 버리네

만약에 티끌이 오장에 생긴다면

지금 바로 배를 갈라 흐르는 물에 띄워 보내리.

 

 

* : 혹시,갑자기 당, * : 가를, 도려낼 고

 

 

이 시를 쓴 남명은 25세 때 『성리대전』을 읽은 뒤 크게 깨닫고 성리학에 전념하게 되었는데

이 때 16세기는 지방을 토대로 한 이른바 사림(士林)이라 불리는 지식인들이 성장한 시기이다.

 

이들 세력들은 지방에 따라 학문적 차이가 드러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남명학파와 퇴계학파이다.

퇴계학파가 성리학의 이론을 중요시 여겼다면

남명학파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실천적인 학문을 주장하였다.

 

당시 그는 평소에 산과 강을 가까이 하였다고 한다.

단순한 수양의 일환으로 간 것이 아니라 현실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망으로

산이나 벗을 찾아 자주 길을 나섰다는 것이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품격 있는 선비가 읊은 시라고 하기 에는 다소 감정적이며 과격한 면이 있다.

그러나 시를 잘 들여다보면 세상에 대한 불만을 안으로 삭히는 한편 처절한 자기수양을 통해

불만과 고통을 극복하고자 하는 현실극복의지가 짧은 시구 안에 잘 녹여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는 깨끗한 냇물은 어쩌면 배움 혹은

그가 정진하고 있는 학문을 의미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속에 끊임없이 자기 인생의 티끌, 즉 성리학자로서 떳떳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씻어내고 싶어 한다.

 

시 속에 표현된 라는 단어는 그에게 있어 자신의 속, ‘마음을 가리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의 학문 속에서 가장 강조한 가 잘 표현된 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식의 시를 읽어보니 성리학을 통해 사물의 이치를 파악하는데 그치지 않고 학문의 이해를 바탕으로

실천을 강조하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모든 일에는 머리로 이해하고 마음으로 깊이 공감을 하기는 크게 어렵지 않으나

항상 행동으로 옮기는 일에는 망설이게 된다.

아마 의 행동은 현실과 직접 맞닿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마음속의 이상을 현실로 실현시킬 줄 아는 그의 용기와 기상에서 또 다른 깨달음을 얻는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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