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 강해 14-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색이 곧 공이고, 공이 곧 색’이라는 논리는 공간적인 무아(無我)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앞에서 설명하였으며, 강한 긍정의 논리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즉, 물질적 존재인 색(色)은, 바로 지금 이 순간 여지없는 공(空)이라는 것입니다.
이 공간 내에서 이해할 수 있는 공이라는 것입니다.
앞의 논리처럼 시간이 미래에는 공일 것이라는 막연한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이 공간에서의 공이라는 이야기인 것입니다.
앞에서 공(空)이란 것은 연기(緣起)하는 것이며,
무자성(無自性)이고, 무아(無我)라는 것을 이야기 한 바 있습니다.
다시 말해, 공은 무아를 의미합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은, 색이 곧 무아(無我)라는 말입니다.
즉 시계, 책상, 사람 등의 물질적 존재인 색은, 미래에 인연이 다하여 흩어질 것이기에
공이기도 하지만, 바로 지금 그 모습이 공이라는 논리인 것입니다.
시계라고 했을 때, 이 시계는 시계침, 플라스틱 케이스, 나사, 건전지 등이
인연화합으로 모여 만들어진 물질입니다.
그러나 각각의 부품들 하나 하나를 가지고 시계라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시계 케이스만을 가지고 시계라고 할 수도 없고,
시계침 만을 가지고 시계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며,
시계라는 것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이 모든 부속품들이 모여
인과 연이 맞는 부품들끼리 짜 맞추어 졌을 때, 비로소 시계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제각기 다른 모든 부품들을 잘 결합시켜
시계라는 색(色)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연기라는 법칙이 필요합니다.
요컨대, 공의 성질, 연기의 성질, 무자성의 성질이 바탕되어야만
비로소 시계가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결국 시계가 성립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것은
바로 공의 바탕 위에서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색이 곧 공이며, 공이 곧 색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화엄의 사법계(四法界)를 기준으로 본다면
사사무애법계와 연관지어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공[理法界]과 공이 서로 걸림이 없이 무애한 것처럼,
색[事法界]과 색도 서로 걸림이 없이 무애하다는 논리입니다.
색이 곧 공이며, 공이 곧 색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대긍정의 논리이며,‘이 우주가 서로 걸림 없는 무애’라는
법계의 본래 성품을 잘 보여주고 있는 대목인 것입니다.
이러한 논리가 좀 더 발전되어 화엄에서는
일즉일체다즉일(一卽一切多卽一)’,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이라는
논리까지로 확대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색즉시공’의 논리를 말하고 나서 다시 ‘공즉시색’이라고 한 것은,
앞의 그것과 같이, ‘색이 곧 공’이라고 부정한 데서 한 걸음 나아가
‘공은 바로 색’이라는 대긍정을 통해 절대 긍정의 논리를 펴기 위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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