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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어록

(무문관 제2칙) 백장야호(百丈野狐)

(무문관 제2) 백장야호(百丈野狐)

 

백장(百丈)이 대중들에게 설법할 때마다 한 노인이 틈에 끼여

열심히 듣다가 슬그머니 사라지곤 하였다.

어느 날 대중이 모두 물려 났는데도 노인은 가지 않고 남아 있었다.

이를 본 백장이 이상하게 느끼고 누구냐고 묻자 노인이 대답하였다.


노인: "나는 과거 가섭불 시대에 이 산에서 살았는데

어떤 학인이 '대수행인도 인과(因果)에 떨어 집니까?'라고 묻기에

'인과에 떨어 지지않는다.' (불락인과不落因果)라고 대답하여

그 과보로 오백 생을 여우의 몸을 받았습니다.

바라오니 화상께서 한 말씀 하시어 부디 여우의 몸에서 벗어나게 하여 주십시요."


백장: "나에게 물어라."

노인: "대수행인도 인과에 떨어집니까?"

백장: "인과에 어둡지 않느니라." (불매인과不昧因果)


그러자 노인이 크게 깨달고는 하직 인사를 올리며

노인: "저는 이미 여우의 탈을 벗었습니다.

뒷산 중턱에 제 시체가 있을 것이니 스님을 천도하는 방식대로 장례를 치려 주시기 바랍니다."

선사는 공양을 마치고 대중을 불려 모아 뒷산으로 가서 여우의 시신을 찾아

스님의 천도 방식대로 화장을 하고 장례를 치렸다.


그리고는 법당에 나와 앞의 사연을 이야기하자, 황벽이 일어나 물었다.

황벽: "노인이 잘못 대답하여 오백 생을 여우의 몸이 되었는데,

만일 잘못 대답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백장: "앞으로 가까이 오너라. 그대에게 일려 주리라."


황벽은 가까이 다가서자마자 백장의 빰을 한대 후려첬다.

그러자 백장이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

백장: "오랑캐의 수염이 붉다더니 붉은 수염의 오랑캐가 있구나!"

 

*이 이야기는 종용록 8. 선문염송 184칙등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무문왈,

'불락인과'는 어째서 야호로 떨어지는 결과가 되었고

'불매인과'는 어째서 야호를 벗어나게 하였는가?

만약 이것을 한 눈에 알아 본다면 백장 앞의 노인이 오백 생을 풍류를 즐겼음을 알리라.

 

무문송왈,

불락불매는 양채일세요,(한 주사위를 굴릴 때 나오는 숫자가 두개)

불매불락은 천착만착이다.(다 잘못 되었다.)

 

* 백장은 대기(大機)를 얻었고 황벽은 대용(大用)을 얻었다.

* 백장 회해(百丈 懷海:749-814): 당대의 스님.

백장청규를 만들어 선원 조직과 제도를 정리하고 선불교를 중국적으로 토착화 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