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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어록

(무문관 제3칙) 구지수지(俱胝竪指)

(무문관 제3) 구지수지(竪指)

 

절강성 무주에 있는 금화산에 구지금화(俱指金華)라는 스님이 살았다.

어느 날 실제니(實際尼) 라는 비구니가

삿갓을 쓰고 찾아와서 그의 선상을 한 바퀴 돌고는 말하기를,

실제니: "한마디 하면 삿갓을 벗으리라"

구지스님이 아무 말도 못하니 비구니는 소매를 뿌리치면서 떠나려 하였다.


구지: "좀 쉬었다가 가시지요."

실제니: "바로 한마디 한다면 머무르겠소."

구지스님은 또 아무 말도 못했다.

비구니가 떠난 뒤에 스스로 한탄하며 수치심을 느껴 산을 떠나려는데,

그 날밤 홀연히 꿈 속에 산신령이 나타나서 곧 육신보살이 오셔서

그대를 위해 설법해 주실 것이니 떠나지 말고 기다리라 하였다.


며칠 뒤 청룡(靑龍)화상이 왔는데,

차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넋두리처럼 지난 이야기를 하니 청룡이 말하기를,

청룡: "나에게 물어라, 내가 대답해 주리라."

구지: "바로 한마디 한다면 머무르겠소"

청룡이 아무 말없이 손가락 하나를 세웠다.


이에 구지가 크게 깨달았다.

그 후로 항상 누가 물으면 한 손가락만을 세우면서

"나는 청룡에게 일지두선[一指頭禪]을 받아서

평생을 쓰고도 다함이 없노라."하였다.

 


수행의 끝자락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절망을,

이 아름다운 만남을 통해 선종사에 가장 빛나는 화두로 우리 앞에 다가 왔으니,

이들의 만남은 새 생명을 잉태하는 줄탁의 순간이 아니겠는가?

님이시여, 지금 이 순간

그대의 손짓에서 온 우주가 장엄한 오케스트라를 연주함을 잊지 말기를

 

구지선사는 누가 무엇을 물어도 오직 손가락 하나만을 세워 보였다.

어느 날 선사가 행각을 나가고 없을 때 외지 사람이 동자에게 물었다.

스승께서 어떤 법을 중요시하여 설하던가?”


동자 역시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후에 구지선사가 이 말을 듣고 동자에게 '진리가 무엇인가?' 물으니

동자가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선사는 그 순간 칼로 동자의 손가락을 잘랐다.


동자가 아파 통곡하며 달아나는데 구지선사가 동자를 불렀다.

동자가 머리를 돌린 순간 구지선사가 말없이

손가락을 번쩍 들어 보이니 동자가 바로 깨우쳤다.

 

무문왈: 구지와 동자의 깨달은 바가 손가락 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이 속의 뜻을 헤아리면 천룡과 구지와 동자를 자신과 하나로 꿸 수 있을 것이다.

 

: 구지는 천룡노승을 얕보고 예리한 칼로 동자를 시험했으니,

거령신이 대수롭지 않게 손을 들어 화산을 천만 겹으로 쪼겠도다.

 

*거령신: 황하의 물길이 동명산에 막히자 산으로 올라가

손으로 산을 밀치니 한 쪽은 손자국이 있는 화산이 되고

다른 쪽은 발자국이 있는 수양산이 되었다는 전설의 물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