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문관 제6칙) 세존염화(世尊拈花)
★선문염송 제5칙, 무문관 제6칙 염화미소(拈花微笑).
세존께서 영산에서 설법하시는데 하늘에서 꽂비가 내리거늘
그 꽂을 들어 대중에게 보이시니 가섭이 빙그레 웃었다.
그 때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게 정법안장이 있어 열반묘심 실상무상, 미묘법문을
문자로 세울 수 없어 교외에 별도로 마하가섭에게 전한다."
(오유정법안장 열반묘심 실상무상 미묘법문 불립문자 교외별전 부촉 마하가섭)
(吾有正法眼藏 涅槃妙心 實相無相 微妙法門 不立文字 敎外別傳 付囑摩하迦葉)
★무문선사: 황면구담(누런얼굴의 고타마)이 마치 아무 사람도 없는 것처럼
양민을 갖다 억지로 노예로 삼고, 양의 대가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팔고 있다.
그 참 기특하긴 하지만 다만 그때 대중이 모두 미소 짓고 웃었더라면,
정법안장을 어떻게 전했을까?
또, 가섭조차 웃지 않았더라면 정법안장을 어떻게 전했을까?
또, 정법안장을 전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황면노자가 속세의 보통사람들을 속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
반대로 전할 수 없는 것이라면 어째서 가섭에게는 그것을 허용 한단 말인가?
★꽃을 손에 들었을 때, 불법의 정체가 드러났다.
가섭만이 웃었으나, 인천은 어쩔 줄 몰랐다.
○정법안장(바른법의 비밀스런뜻)을 가섭에게 전한다고 하였는데,
한 사람은 꽂을 들고 한 사람은 빙그레 웃고, 이 또한 흔한 일이니 그렇다 치자.
아마 그대가 꽃을 들고 누군가를 주시 한다면 그는 분명 미소 지을 것이다.
이런 일상의 일로 그냥 넘어 갔으면 아무 일 없으련만,
하필 한 사람에게만 무엇을 전했다 하니 기가 찰 노릇이 아닌가?
백주대낮에 백억권속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무슨 가당찮은 말인가.
이게 이 공안을 대하는 그대들과 나의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선이 무었인가?
한 생각이 온 우주를 뒤덮고, 한 티끌안에 우주가 움크리고, 광활한 우주를
한 톨의 좁쌀에 비기는 그래서, 인간의 모든 가능성을 함유한 세계가 아닌가?
불교의 한 단면도가 선이요, 그것도 불교의 정수를 보여주는 정면도가 아닌가?
세존께서 가섭에게 무어라 하셧는가?
'정법안장 열반묘심 실상무상 미묘법문 불립문자 교외별전'
(正法眼藏 涅槃妙心 實相無相 微妙法門 不立文字 敎外別傳)
그냥 넘어가도 좋으련만 세존의 이 말씀에 꼬투리를 잡아야겠다.
그러기에 불립문자라 하지 않았는가?
그냥 꽂을 들고 빙그레 웃고, 웃는 얼굴에 화는 못내니 정법 한덩이(떡인가?)를
가섭에게 말없이 전했으면, 그래서 쌍방이 서로 인지하는 이심전심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영산화상의 백만대중들 앞에서 대형 플렌카드를 붙이고
확성기로 광고를 하였으니 시비가 걸릴 수 밖에…
한 생각을 일으키면 그 죄가 수미산을 덮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정법안장- 바른법을 눈에 감추었으니 정법의 비밀한 뜻이다.
정법에 무슨 비밀한 뜻이 있다는 말인가?
음 귀절 (열반묘심 실상무상 미묘법문)이 바로 비밀한 뜻이다.
그 첫째가 열반묘심- 열반의 묘한 마음이라.
먼저 열반이라는 단어부터 살펴보자.
열반은 범어 니르바나의 음역이다.
니르바나는 니르(없을 無)와 바나(소리 聲)의 합성어다.
소리 없는 묘한 마음이라,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언어로 연결된 문장이다.
두번째가 실상무상-실상이 무상인 도리라.
실상은 무엇이며 무상은 또 무엇인가?
세번째가 미묘법문-미묘한 법의 문이라.
전혀 이해되지 않는 언어로 연결된 이 문장이 바로 정법의 비밀한 뜻이다.
비밀을 언어로 표현하였으니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다.
더구나 불립문자라니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였으니 더욱 어려운 이야기다.
하여튼 세존은 전했고 가섭은 받았다.
이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의 표현을 빌려야겠다.
사실 선종은 달마를 초조로 하고 달마 이후 반야공관을 근간으로 하는
대승선으로 발달 하였으며, 중국의 제자백가의 모든 사상을 수용하였고,
그 중에서도 도가의 자연주의와 유가의 현실적 구체성을
수행체계 안에 받아 들임으로 더욱 발달하여 꽃 피웠다.
염화미소라는 공안도 불교의 경전에 없는 이야기로 중국에서 만들어진
'대범천왕문불결의경'이라는 위경에 나오는 이야기다.
'인천안목'이라는 선어록에 처음 실리기 시작하였으니
그 해석도 중국적 도가식 해석이 더욱 타당하리라 본다.
외국의 전도사(기독교)들이 중국을 이해하기 위하여 도덕경을 연구하다가
자신들의 신 여호와와 비슷한게 나와 있으니 잠시 기절초풍하여 소란을 일으켰다는 부분이다.
도덕경14장을 보자.
보아도 보이지 않는 것이 이요,
들어도 들리지 않는 것이 희요,
잡아도 잡히지 않는 것이 미라.
여기의 이. 희. 미(夷. 稀. 微)의 발음이 여호와와 비슷한가 보다.
그들의 신 여호와는 바람의 신이라 봐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잡아도 잡히지 않으니 기절할 수 밖에…
다시 '염화미소'로 돌아가자.
세존께서 말씀하신 (열반묘심 실상무상 미묘법문)을
도덕경의 (이.희.미)와 비교해보자.
보아도 보이지 않는것이 (이)라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은 무엇일까?
이게 바로 실상무상의 도리이리라.
들어도 들리지 않는것이 (희)라면,
들리지 않는 것을 듣는 것은 무엇일까?
이게 바로 열반의 묘한 마음이리라.
잡아도 잡히지 않는것이 (미)라면,
잡히지 않는 것을잡는 것은 무엇일까?
이게 바로 미묘한 법의 문이리라.
자, 그대는 눈을 감고 생각해보라.
세존께서 꽃을 들고 대중들 앞에 서니
모두가 어리둥절 하는데 가섭만이 빙그레 웃었다.
이 얼마나 절대 절명의 순간인가?
온 우주가 전율하는, 처절하리 만큼 깨어 있는
각성의 소리를 가섭은 들었으리라.
이대로 진리임을, 삼라만상이 진리의 표상임을 일깨워주는
세존의 눈물겨운 몸짓을 가섭이 어찌 놓일 수 있었겠는가?
이 모든 상황을 가섭만이 볼 수 있었으며 들을 수 있었으며
이심전심으로 움켜 안을 수 있지 않았겠는가?
이 이야기가 사실이든 아니면 픽션으로 꾸며진 이야기 일지라도,
아니 어떤 상황일지라도 개의치 마라.
그대는 진정한 세존이요,
그대 손에 든 꽂을 어떻게 받아 들일 것인가의 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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