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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어록

(무문관 제29칙) 비풍비번(非風非幡)

(무문관 제29) 비풍비번(非風非幡)

 

육조가 보니 두 스님이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는 것을 보고 논쟁 하기를

한 사람은 깃발이 움직인다고 하고, 한 사람은 바람이 움직인다고 하며

이치에 들어맞지 않는 소리를 하며 다투었다.

이에 육조가 말했다.

육조: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요,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그대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두 스님이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무문왈: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요,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요,

마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니 무엇이 육조의 견해인가?

만약 이에 대하여 바로본 바가 있다면,

바야흐로 두 스님은 쇠를 샀는데 금이었음을 알리라.

육조가 참지 못하고 한 바탕 실수를 하였군.

 

: 바람과 깃발과 마음의 움직임을 한 장으로 싸 잡아 지나가면

다만 입을 열 줄 알았으나 말 실수하는 줄 모르고 있네.

 

이 공안을 그대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알아 들었다면 그대는 불상에 금칠을 하라고 하는데

똥칠을 하고는 냄새도 못 맞고 흐뭇해 하는 꼴이다.

마음이란 우주만물을 모두 만들어 내나니(一切唯心造)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라고 부정할 일은 아니다.

또한 마음은 가고 옴이 없나니 움직인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그렇다면 위의 공안을 어떻게 직관할 것이며,

육조의 의중은 어떻게 투관할 것인가?

다만 바람과 깃발에 끄달리는 그대의 경계를 삼가할 일이로다.

바람은 바람이리요, 깃발은 깃발이리니

바람결에 펄럭이는 깃발이 그대의 잠든 무명을 깨우내리라.

 

*선문염송 91: 비풍비령[非風非鈴].

승가난제(중희)가 바람결에 풍경이 울리는 소리를 듣고 동자에게 물었다.

중희: "바람이 울리는가, 방울이 울리는가?"

동자: "바람도 방울도 아닌 내 마음이 울림니다."

중희: "바람도 방울도 아니라면 어느것이 마음인가?"

동자: "모두가 고요하기 때문이요, 삼매는 아닙니다."

중희: "옳은 말이다. 나의 법을 이어 받을 이가 네가 아니면 누가 있겠느냐?"

 

*승가난제[僧伽難提]: 부처님의 제17세 법손 되는 조사. 중희[衆喜]라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