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비낀 빈 절안에서
무릎을 안고 한가히 졸다
소소한 가을바람에 놀라 깨어보니
서리 친 단풍잎만 뜰에 가득해
시끄러움이 오히려 고요함인데
요란스러운들 어찌 잠이 안오랴
고요한 밤의 빈 산달(空山月)이여...
그 광명으로 한바탕 베개하였네.
일없음이 오히려 할일이거늘
사립문 걸어 닫고 졸다가 보니
그윽이 새들은 나의 고독함을 알고
창앞에 와 어른거리네
깊고 조용한 저 산에
구름을 베개하여 조는 내 행색
에헤야 좋을 시고 그 가운데 취미를
제멋대로 십자로(十字路:온세상) 에 놓아두리라
이 마음 헤아리기 어려운 일을
곤하면 잠자는 것.
고금으로 전한 이 구절
자못 이 문전(門前)에 분명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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