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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시.한시.법어

우연한 노래/ 경허스님

노을비낀 빈 절안에서

무릎을 안고 한가히 졸다

소소한 가을바람에 놀라 깨어보니

서리 친 단풍잎만 뜰에 가득해

 

시끄러움이 오히려 고요함인데

요란스러운들 어찌 잠이 안오랴

고요한 밤의 빈 산달(空山月)이여...

그 광명으로 한바탕 베개하였네.

 

일없음이 오히려 할일이거늘

사립문 걸어 닫고 졸다가 보니

그윽이 새들은 나의 고독함을 알고

창앞에 와 어른거리네

 

깊고 조용한 저 산에

구름을 베개하여 조는 내 행색

에헤야 좋을 시고 그 가운데 취미를

제멋대로 십자로(十字路:온세상) 에 놓아두리라

 

이 마음 헤아리기 어려운 일을

곤하면 잠자는 것.

고금으로 전한 이 구절

자못 이 문전(門前)에 분명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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