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으면 과감하게 바로 일어서라.-
등산을 처음 하는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건 뭘까.
등산복, 보행법, 독도, 식량 모두 아니다,
바위다.
체력 좋고 사람 많은 근교산으로 간다면 처음 등산을 한다 해도 특별히 어려운 건 없다.
그러나 산에서 마주치는 바위 앞에선 어려움을 넘어
오금이 저려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 등산을 간다면 북한산, 관악산, 수락산처럼
집 부근의 산을 가게 되는데 집에서 가깝다고 해서 산행이 쉽진 않다.
수도권 산은 대체로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바위산이 많아 산을 제법 다녔다는 사람도
등산로를 조금만 벗어나면 사고의 위험이 높은 바위구간을 만나게 된다.
실제로 북한산과 관악산은 매년 전국에서 산악사고가 가장 많은 산이며
사망사고 역시 가장 많은 산이다.
워낙 많은 사람이 찾는 탓도 있지만 바위가 많아 산세가 험해 사고가 많은 것이다.
그렇다고 초보자가 암벽등반 기술을 배울 필요는 없다.
다만 회사에서 단체산행을 하거나 지인들과 산에 갔을 때 암릉구간이 나타나도
자기 몸 자기가 건사할 수 있는, 남에게 폐 끼치지 않을 정도면 된다.
암벽등반이 아닌 워킹산행 중 마주치는 바위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 고정로프를 잡고 발에 체중을 실어 딛고 일어나며 팔을 잡아당긴다.
팔로 체중을 감당하려 해선 안 된다.
▲ 쉬운 길을 두고 어려운 곳으로 무리하게 오르려 해선 안 된다.
준비 없이 산에 갔을 때 바위 타는 법
왕초보는 타의에 의해 우연찮게 산에 갔다가 바위를 맞닥뜨리는 경우가 많다.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바위를 만나는 것이다.
등산복이 아닌 일반 옷에, 리지화가 아닌 운동화에, 처음 와보는 산에 등산로도 모르고,
지금 보이는 바위를 올랐을 때 어디로 가게 되는지도 모르는, 백지상태에서 바위를 만나는 것이다.
북한산 백운대처럼 걸어서 갈 수 있는 정규등산로이고 여간한 사람이면
다 올라가는 곳이라면 왕초보라고 해서 지레 겁먹고 돌아설 필요는 없다.
정승권등산학교 이명선 강사는 “바위를 만났다면 몸과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바위구간을 오를 때는 다양한 동작을 하게 되므로 몸을 움직이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배낭과 옷매무새를 고치고 산행 초반에 바위를 만났다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 준다.
바위를 오를 때는 집중력을 가지고 한 발 한 발에 온 신경을 모은다는 마음으로 바위에 붙어야 한다.
고정로프나 철난간이 있다 해도 신경을 집중해서 오르는 것과 그냥 오르는 것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초보자일수록 상체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
암릉 구간이라 해도 등산은 발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고도감에 주눅이 들어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발로 올라서기 전에
상체로 이미 로프나 난간을 잡아당기는 경우가 많다.
바위구간을 오를 때의 기본은 ‘발로 일어서야 상체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발을 먼저 차고 올라서면서 팔로 로프를 당겨야 몸이 효과적으로 올라간다.
발로 올라간다는 것만 알고 워킹암릉 구간에서 동작을 응용할 수 있다면
더 이상 암릉산행에서 배울 것은 없으므로 하산해도 좋다.
그러나 이것을 알고 있어도 바위의 엄청난 고도감에 겁을 먹으면
동작이 굳어지고 힘만 들어가면서 오르지는 못하는 상태가 된다.
남들 다 가는 곳이고 안전 시설물도 있으니 다칠 일은 없다는 마음으로
정신 바싹 차리고 붙어야 고도감을 극복할 수 있다.
높이의 공포에 휩싸여 팔로만 붙잡고 올라가려 하면 근력의 효율이 떨어지고 체력 소모도 크다.
상체로는 균형을 잡고 발로 디뎌 바위를 오른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 튀어나온 바위를 손으로 잡을 때는 손가락을 모아 힘을 집중시켜야 한다.
산행에도 예습이 필요하다
이제부터는 암릉산행을 기초부터 제대로 하는 법을 배워 보자.
왕초보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는 여기가 어디고, 어디로 가고 있으며,
지금 오르는 바위가 어느 정도의 난이도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도시에서는 버젓한 직업을 가진 존경받는 사람일지 몰라도 준비 없이
산에 오면 철없는 길 잃은 아이가 되어 남에게 폐만 끼치게 되는 것이다.
왕초보라도 산에 갈 일이 생겼다면 어느 산을 어떤 코스로 가고,
난이도는 어느 정도고 위험한 바위구간은 없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산에서 자기 안전은 자기가 챙겨야 한다.
남이 자기 안전을 지켜 주지 않는다.
산을 모르는 사람일수록 국내 산을 얕보는 경향이 있는데,
국내의 낮은 산이라 해도 위험하지 않은 산은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예습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길을 잃지 않기 위한 것도 있지만
구간별로 적당히 체력을 분배해야 하기 때문이다.
암릉구간으로 접어들 때 현재 자신의 몸 상태와 능력을 판단해
암릉을 갈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 암릉산행에 필요한 장비.
발목 부위가 높은 경등산화에 접지력 좋은 창을 쓴 신발과 전통적인 리지화 스타일의 신발(오른쪽).
등산장갑은 와이어나 거친 로프를 오를 때 미끌림을 방지하고 손을 보호한다.
슬링과 보조로프는 초보자와 동행한 리더의 준비물이다.
보조로프는 최근 장비점에서 가볍고 콤팩트하게 출시한 제품이 있다.
왕초보 생애 첫 번째 장비, 접지력 좋은 등산화
처음 등산을 하는 사람에게 많은 장비를 권하긴 어렵다.
가장 기본이 되는 장비만 장만해서 산에 다니다, 꼭 필요하다 싶은 장비만 그때그때 사는 것이 좋다.
암릉산행에 필요한 장비 한 가지만 뽑으라면 접지력 좋은 등산화를 들 수 있다.
과거에는 왕초보의 첫 등산화로 딱딱한 비브람창에 발목 부위를 덮어 주는 전통적인 모양의 등산화를 권했다.
그러나 장비가 발전하고 등산도 세분화되면서 바위 접지력이 좋은 등산화를 첫 등산화로 사는 경우가 늘었다.
수도권의 경우 바위산이 많아 장거리 산행에 유용한 비브람창 보다는 접지력 좋은 신발이 인기를 끈다.
여기서 비브람창은 이탈라아 밑창 브랜드로 과거 딱딱한 소재로 발의 피로도를 줄여 주는 밑창의 대명사였다.
지금은 비브람사에서도 딱딱함의 정도와 접지력이 다른 다양한 밑창이 나오고 있다.
어쨌든 5시간 이하의 바위산 당일 산행을 주로 하는 초보자에게는 접지력 높은 신발이 더 실용성 있는 것이다.
접지력 좋은 밑창 브랜드는 비브람창을 비롯해 스텔스창, 트랙스창 등이 있으며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자체 개발한 밑창 역시 다양하게 나와 있다.
접지력에 중점을 둔 등산화를 국내에서는 리지화라고 한다.
리지(ridge)는 원래 능선을 뜻하는 말인데 국내에서는 바위능선을 뜻하는 말로 굳어졌다.
과거에는 리지화라 하면 발목 부위가 낮고 접지력 좋은 특수 밑창을 쓴 신발이 대부분이었다.
발목 부위가 낮으면 발을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다양한 동작을 요하는 암벽등반에 효과적이다.
▲ 1 슬링으로 만든 안전벨트를 착용한 모습.
2 슬링을 이용해 안전벨트를 만든 모습. 작은 구멍에 양발을 넣고 큰 구멍에 허리를 넣는다.
슬링은 1m 이상 길이여야 한다.
3 옥매듭으로 고리를 만들어 카라비너에 건다.
옥매듭을 묶었을 때 줄 여분이 10cm 이상 있어야 한다.
팔자매듭이 풀기도 편하고 효과적이지만 초보자에게는 옥매듭이 쉽다.
요즘은 암릉산행에 어울리는 리지화와 등산화의 중간 형태 신발이 많이 나와 있다.
등산화 형태를 보면 발목이 살짝 높은 모양인데 스텔스창 같은 접지력 좋은
밑창을 쓴 것과 접지력 좋은 경등산화 정도로 구분할 수 있는데
바위가 많은 워킹산행에 신을 수 있도록 최적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등산화의 발목 부위가 높으면 발목 부위의 움직임은 둔해지는 대신
발목을 접질리는 부상을 막아 주며 산행의 피로도 역시 낮춰 준다.
그러나 단점도 있어 접지력이 높은 대신 전통적인 중등산화 밑창에 비해선
강도가 무른 편이라 디딜 때의 충격이 전달되어 피로도가 높고 밑창이 잘 닳는다.
지리산 종주 같은 장거리산행에는 적합하지 않다.
리지화 스타일의 신발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은 접지력이 높아 바위에서 잘 밀리지 않는 것이다.
신발이 밀리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게 되어
더 자신 있는 동작이 가능하며, 암릉산행이 더 수월해진다.
방풍재킷이나 대용 가능한 옷 필요해
국내산에서 암릉구간은 주로 능선에 많다.
능선 암릉구간은 땡볕에 노출되고 바람도 많이 분다.
그러므로 방풍재킷과 모자, 선크림, 선글라스 등을 준비해야 한다.
선크림 중에는 당분이 포함되거나 향기가 강한 것도 있는데 이런 제품은 피해야 한다.
날벌레를 끌어들이는 원인이 된다.
여기서 모자와 선크림, 선글라스는 없어도 상관없지만 방풍재킷은 필수 장비다.
바위산 능선은 날씨가 변덕스러운 경우가 많으므로 한여름이라 해도
재킷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등산용 방풍재킷이 없다면 비교적 가볍고 물에 덜 젖는 소재의 긴팔 옷을 준비한다.
신축성 좋은 옷을 입어라
등산복이 없더라도 암릉산행을 할 때는 움직임이 자유로운 옷을 입어야 한다.
암릉산행은 다양한 자세를 취해야 하므로 청바지처럼 신축성이 떨어지는 옷을 입으면 무척 불편하다.
게다가 땀이 옷에 배면 무거워져 걷기도 힘들어진다.
꼭 등산복이 아니더라도 신축성이 좋고 자유롭게 몸을 쓸 수 있는 옷을 입는다.
▲ 1 리더는 로프 중간에 옥매듭 고리나, 옥매듭을 해서 초보자가 잡고 올라오기 편하게 해야 한다.
2 로프를 한 번 휘감아 잡고 올라오면 손에서 빠지지 않는다.
장갑과 행동식 신경 써야
암릉구간에는 철제 와이어로 시설물을 만들어 놓은 곳도 있으므로
마찰로 인해 손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장갑을 준비해도 좋다.
이때 면장갑은 미끄러지기 쉬우므로 손바닥에 고무를 댄 등산장갑을 준비해야 한다.
와이어를 잡고 오를 때는 장갑을 끼면 좋지만 바위를 잡을 때는 맨 손 마찰력이 더 좋다.
암릉구간을 지날 때는 온몸을 써서 올라야 하므로 체력 소모가 워킹구간에 비해 크다.
충분한 물과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
초코바나 말린 과일처럼 당분이 많아 바로 에너지로 쓸 수 있는
간식을 필히 준비해야 힘을 쓰기 좋다.
리더를 위한 암릉산행 장비
초보자와 동행하는 리더를 위한 장비로 슬링과 보조로프, 카라비너를 들 수 있다.
슬링과 카라비너를 이용해 초보자를 위한 안전벨트를 만들어 보조로프에 연결할 수 있다.
로프로 확보를 한 상태로 암릉구간을 오르면 추락에 대비할 수 있어 훨씬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초보자의 경우 로프를 묶어 확보를 해야 할 정도로 위험한 곳은 가지 말아야 한다.
장비는 리더가 비상시를 대비해 상시 휴대하는 것이 좋다.
보조로프의 경우 암벽등반용으로 사용하다 폐기 처분하는 것을 잘라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위험하므로 보조로프로 출시된 제품을 사용해야 하며 길이는 20~30m가 적당하다.
초보자가 보조로프를 잡고 올라오도록 할 때는 로프 중간중간에 매듭을 지어
손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매듭을 일일이 짓기 어려울 때는 로프를 팔로 한 번 꼬아 잡아야 더 효과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
▲ 1 베테랑이 초보자를 도와줄 때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뒷발이 밀리지 않게 잡아 줘야 한다.
2 앞에서 초보자를 끌어줄 때는 고정로프를 잡거나 자기 확보를 한 후에 도와줘야 한다
3 암릉구간이 시작되기 전에 스틱을 접어 넣는 등 복장과 배낭을 말끔하게 정리해야 한다.
암릉구간을 앞두고 해야 하는 것
1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체조를 한다.
산행 전에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다 알지만 실생활에선 하지 않는다.
암릉이 많은 산일수록 스트레칭이 필수다.
암릉에선 손발을 다 써서 올라야 하기에 스트레칭으로 몸을 충분히 풀어야 쉽게 올라 갈 수 있다.
특히 암릉구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곳을 만나면 그곳에서 몸을 충분히 풀어야 가볍게 오를 수 있다.
등산 경험이 적은 초보자는 근육이 평소 등산에 단련되어 있지 않아 쉽게 쥐가 날 수 있다.
바위에서 쥐가 나면 위험한 상황으로 연결될 수 있으므로 스트레칭이 더 필요하다.
2 스틱을 접어 넣고 장비 정리를 다시 한다.
암릉구간이 길다면 스틱은 접어서 배낭에 집어넣고 올라야 한다.
배낭 사이드포켓에 넣은 수통이나 물건은 떨어지지 않도록 배낭 안에 집어 넣어야 한다.
암릉구간을 오르다 배낭에서 물건이 떨어지면 자기 물건만 부서지는 게 아니라
뒷사람이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가파른 암릉구간 중간에 낙석이 될 만한 돌이 있다면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등산화 끈은 느슨하지 않도록 팽팽하게 묶어야 한다.
끈이 느슨할 경우 자세가 불안정한 것은 물론 암릉에서는 벗겨지기도 한다.
복장 역시 불편한 것이 있다면 고쳐 입고 역동적인 자세를 취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바람이 강하면 모자가 날아갈 수 있으므로 배낭에 넣거나 이에 대비해야 한다.
3 정신적인 준비를 하고 바위에 집중한다.
사실 등산객이 많이 다니는 정규 등산로의 암릉구간은 왕초보라도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는 곳이 많다.
문제는 바위라는 위압감과 높은 고도에 대한 두려움, 긴장감 때문에 긴장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신적인 부담만 없다면 평소 정상적인 체력과 운동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쉽게 갈 수 있다.
바위 앞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야 한다.
긴장감을 떨치고 오르고자 하는 바윗길에 집중해 최대한 효율적인 동작으로 암릉을 올라야 한다.
▲ 1 암릉을 오르는 바른 자세. 상체를 세우고 발로 올라야 한다.
2 암릉을 오르는 잘못된 자세. 엉덩이와 상체를 바위에 붙이면 힘도 많이 들고 미끄러지기도 쉽다.
▲ 고정로프가 설치된 길이 밀린다고 해서 위험한 곳으로 질러가는 건 무모한 객기일 뿐이다.
왕초보가 바위를 잘 타는 방법
1 우회로가 있다면 바위를 피해 가라.
왕초보에게 바위를 오르는 법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쉬운 길로 돌아가는 것이다.
험한 암릉구간에는 대체로 안전하게 우회하는 길이 있다.
암릉구간은 베테랑 산꾼에게도 위험 부담을 주는 것이므로 가능하다면
돌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2 자기 능력을 냉정히 판단하라.
우회로가 없다고 해서 무조건 바위를 오를 필요는 없다.
초보자가 베테랑처럼 보일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자신의 능력을 가늠하여 눈앞의 바위가 자신이 갈 수 있는 곳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자기 능력 이상의 무리한 운행을 자제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법이다.
남들 시선을 의식해 무리하게 따라가거나 담력을 시험하는 것은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아니다 싶을 때는 과감히 돌아 내려가는 것도 용기 있는 행동이란 걸 명심해야 한다.
3 고정로프나 쇠줄이 안전한지 확인하라.
보통 암릉구간이 시작되는 곳에 고정로프나 쇠줄 등의 안전시설물이 설치되어 있다.
오르기 전에 체중을 실어 당겨 보아 안전한지 확인해야 한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코스라면 꼭 확인해야 하며 초보자는 이런 코스를 피하는 것이 좋다.
암릉 중간에 손잡이로 사용하는 나무 등은 튼튼한지 확인하고 매달려야 한다.
미심쩍다면 의지는 하되 믿지는 않는다는 자세로 지형을 이용한다.
고정로프가 안전한지 확인하는 것은 등산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습관을 들여야 한다.
▲ 1 경사진 바위에선 앞꿈치를 세워 딛는다. 2 완만한 바위에선 발바닥 전체로 딛는다.
4 과감하게 발로 일어서라.
암릉산행의 기술적인 핵심은 발로 일어서는 것이다.
팔 힘이 아무리 세더라도 발로 바위를 딛고 일어서지 않으면 올라가는 건 무리다.
그러나 왕초보는 막상 바위에 붙으면 높은 고도에서 오는 공포와 긴장감에 사로잡혀,
발은 돌처럼 굳은 채 팔만 고정로프를 잡아당기는 경우가 많다.
가파른 바위에서 손으로 잡을 것이 있어야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한 이치지만
발로 올라가야 한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용기를 내어 발로 탁 차고 일어나면서 팔로 로프나 시설물을 잡아당겨야 한다.
체중이 발에 실려야 올라간다.
팔에 체중이 실리면 못 올라간다.
잘못된 자세는 팔에 엉덩이가 처진 상태에서 팔에 무리하게 힘이 들어간 모습이다.
오르기로 마음먹었다면 과감하게 동작을 취해야 수월하게 오를 수 있으며 힘도 덜 든다.
5 밀린 길이 안전한 길이다.
주말에 북한산 백운대를 가면 정체가 생기는 걸 흔히 볼 수 있다.
이때 기다리지 못하고 보조시설물이 없는 위험한 바위를 확보 없이 위태롭게 오르는 이들이 있다.
이런 등반은 프리솔로 등반이 아니라 무모한 객기일 뿐이다.
초보자가 그런 모습을 보고 멋있다고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100번을 안 떨어지고 그렇게 올라갔더라도 한 번의 실수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 1 바위에서의 바른 11자 걸음. 무릎을 굽혀 기마자세가 되게 해야 안정적이다.
2 바위에서는 불안정한 팔자걸음을 피해야 한다.
6 바위의 기본 스텝은 11자, 앞꿈치를 쓴다.
워킹에서나 암릉에서나 팔자걸음은 비효율적이고 불안정한 걸음이다.
경사가 센 바위를 오를 때는 발끝을 11자 정면으로 향하게 해
발바닥을 세워 앞꿈치로 딛고 올라야 한다.
반대로 내리막에서도 11자로 향하게 해 앞꿈치로 먼저
지면을 디디며 사뿐사뿐 내려와야 한다.
이때 기마자세로 무릎을 살짝 굽히고 수직으로 몸을 세워야
중력에 의한 마찰력이 극대화되어 미끄러지지 않는다.
높이에 대한 공포로 엉덩이를 바위에 붙이면 무게중심이
마찰력을 잃어 미끄러지게 된다.
7 무조건 고정로프에 의지할 필요는 없다.
완만한 바위에서 고정로프나 시설물을 잡았을 때 그냥 걷는 것에 비해
힘이 더 드는 경우가 있다.
스스로 판단해 완만한 곳에서는 시설물을 잡지 않고 가는 것이
힘을 덜 들이고 빠르게 갈 수 있다.
8 짧은 암릉에선 스틱끈을 팔에 걸어라.
짧은 암릉이나 완만한 바위를 통과할 때마다 스틱을 접어 넣을 순 없다.
이럴 때는 스틱끈을 팔에 걸고 고정로프를 잡고 간다.
암릉이 길거나 험할 때는 손목에 걸고 가다 거추장스러워
사고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접어 넣어야 한다.
▲ 짧고 완만한 바위를 지날 땐 손목에 스틱고리를 걸고 와이어를 잡고 오른다.
▲ 가로로 길쭉한 턱을 밟을 때는 발을 틀어 사이드스텝으로 디디면 안정적이다.
9 안전거리를 유지하라.
암릉구간에서 정체가 일어나더라도 앞사람과 적당히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스틱에 찔려 다치거나 앞사람이 실수했을 경우 함께 다칠 수 있다.
특히 가는 고정로프는 두 사람이 동시에 매달리게 되면 로프의 강도가 약해지거나
균형이 무너져 넘어질 수 있으므로 한 명씩 잡고 올라야 한다.
10 튀어나오거나 홈이 파진 것은 다 응용하라.
암릉구간에선 고정로프나 인공 시설물은 물론 나무나 튀어나온 바위 등
지형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슬랩처럼 경사졌지만 평평하고 매끄러워 잡을 데가 부족한 바위에는
초보자를 위해 계단처럼 발디딜 곳을 파놓은 홈이 있는 곳도 있다.
충분히 살펴서 이용할 수 있는 지형지물은 손발 모두 응용하여 사용한다.
11 살짝 튀어나온 바위는 발을 옆으로 틀어서 디뎌라.
가로로 살짝 튀어나온 바위는 무리하게 앞꿈치로 딛는 것보다
발을 옆으로 틀어서, 발 날로 디디는 것이 더 안정적이다.
발을 옆으로 틀어서 딛는 사이드스텝이다.
12 춥고 바람 부는 정상에서 오래 있지 마라.
초보자가 겨우 암릉을 올라 정상에 왔는데 비바람 치는 악천후라면 오래 있어선 안 된다.
정상의 암릉은 비바람에 노출된 곳이 많으므로 체력과 체온을 급격히 떨어뜨리게 된다.
정상을 벗어나 바람이 불지 않는 아늑한 곳을 찾아 간식을 먹고 체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 가파른 바위를 내려갈 땐 몸을 뒤로 돌려 로프를 잡고 내려가면 안정적이다.
▲ 1 일부러 발을 디디기 편하게 홈을 파놓은 곳이 있다.
2 워킹구간의 암릉은 많은 사람들이 디뎌 미끄러운 곳이 많으므로
난간 기둥에 발로 지지하는 등의 응용이 필요하다.
13 하산하기 전에 절대 술 먹지 마라.
암릉산행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사고의 지름길이다.
운동신경은 떨어지고 겁이 없어지며, 객기가 더 높아진다.
바위에서 추락사한 시신 곁에 가면 대부분 술 냄새가 진동한다는 것이
북한산 경찰구조대장의 말이다.
14 체력 안배에 신경 써라.
암릉산행은 체력 소모가 큰 동작이 많으므로 체력 안배가 중요하다.
산을 올라갈 때 체력의 30%를 쓰고 내려갈 때 40%를 쓰고
30%는 예비로 남겨야 한다.
15 어려운 구간을 내려올 땐 뒤돌아서 내려서라.
어려운 바위구간을 내려올 때는 몸을 뒤로 돌려 로프를 잡고 내려오면 수월하다.
이때 고개는 내려가는 방향을 봐야 한다.
16 산에서 아무나 따라가지 마라.
초보자들이 산에서 길을 헤매다 보면 베테랑 산꾼인 척하며
자기만 따라오라는 사람이 종종 있다.
막상 따라가면 정규등산로가 아닌 위험한 데로 인도하곤 한다.
쉬우니까 그냥 오면 된다고 그들은 말하지만 초보자에겐 전혀 쉽지 않은 곳이 많다.
산악회의 대장이라도 확보 장비 없이 능력 이상의 위험한 곳으로
인도한다면 거절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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