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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시.한시.법어

睡起(수기)

睡起(수기)   잠깨어 일어나서...

 

 

日斜簷影落溪濱   (일사첨영낙계빈)

簾捲微風自掃塵   (염권미풍자소진)

窓外落花人寂寂   (창외낙화인적적)

夢回林鳥一聲春   (몽회임조일성춘)

 

해 기우니 처마 그림자 시냇가로 지고

발 걷자 가벼운 바람 티끌 절로 쓸어주네.

창밖에 꽃 지고 인적은 고요한데

새들의 봄 노래에 꿈을 깨었네.

 

 

-취미수초(翠微守初)선사(1590~1668)-

 

 

 

이 시는 선승(禪僧)의 고요한 경지를 읊은 칠언절구로 진()운이다.

기구는 해질녘의 산사다.

해가 기울어지니 산사의 처마 그림자가 시냇가로 길게 뻗어 있다고 했다.

늦은 봄날의 저물녘 풍경이다.

 

승구는 가벼운 바람이다.

스님이 절간의 발을 걷어 올리자 가벼운 바람이 일어 마당의 티끌을 쓸어가고 있다.

차츰 나른해 지는 봄날에 가벼운 바람이 주변에 생동감을 일으키고 있다.

나태해지기 쉬운 늦은 봄날에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바람이 돋보인다.

 

전구는 절의 분위기다.

늦은 봄이라 창밖의 꽃들도 다 졌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어 절간은 고요하다.

스님은 인생이 결국 적멸(寂滅)로 돌아간다고 보므로

만상은 결국 고요한 것이 본 모습이다.

 

결구는 꿈을 깸이다.

숲에서 들려온 새들의 지저귐 소리에 스님은 꿈에서 깨어난다.

만상은 고요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삶의 기쁨을 노래하는

새들의 지저귐도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는 뜻이다.

결국 세상은 고요하면서도 시끄럽다는 깨우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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