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설차(雀舌茶)
어찌 외로운 처지 물어주길 뜻 했으랴만
다른 길 간다고 싫어하질 않는구려
가을 숲의 규란을 먼저 보내고
봄에 불에 말린 작설 몇 번이나 보내왔네
스님 비록 옛정 잊지 못하지만
공도 없는 이사람 많이 받기 부끄럽네
두어 칸 낡은 집 뜰엔 풀이 돋았고
유월 장마에 온통 진흙길이네
홀연히 문 두드려 대 광주리 보내오니
신선한 향기가 옥과보다 더 좋구려
한식 전에 따서 향기 맑고
숲 아래 이슬을 아직도 머금은 듯
돌 솥엔 솨솨 솔바람 소리 나고
자기 사발엔 어즈러이 유화토 하네
이 제현(李 齊賢, 1287~1367)
호는 익재(益齊)이며 15세에 성균시(成均試)에 장원급제하고
또 병과(丙科)에 급제한 성리학자이자 문호이며,
대인(大人) 기상의 덕망 놓은 재상이었다.
66세 때 정승을 사임하고 이색을 천거하여 인재를 선별하였다.
저서로는 [익재선생집] [익재난고] [역웅패설] 등이 있다.
그는 경포대와 한송정에서 신라의 사선(四仙)들이 차 끓여
마시던 것과 똑같은 석지조를 개성 근처 묘련사에서 발견된 것을
기념하여 그 내력에 대한 기문(記文)을 쓰고 여러 문인들과
그 석지조에 차를 끓여 마셨다.
위 내용은 송광사의 방장스님이 세의(世宜)를 잊지 않고
차를 보낸 데에 대한 감사의 詩다.
'선시.한시.법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山居(산거) (0) | 2015.07.17 |
---|---|
재상 소세양의 운을 따라 진기대사에게 줌 (0) | 2015.06.26 |
春郊閒步(춘교한보) (0) | 2015.06.04 |
睡起(수기) (0) | 2015.05.27 |
難得糊塗(난득호도) (0) | 2015.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