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 강해 18-불구부정(不垢不淨)
공(空)의 두 번째 모양은 ‘더럽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일체 모든 존재의 본성, 인간의 본성은 더럽거나 깨끗하다는 분별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다시 말해 모든 존재의 본성은 절대 청정성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청정(淸淨)’이라는 것은 더러움의 반대 개념으로서 청정이 아니라,
어느 것에도 비견될 수 없는 절대적인 청정성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흔히 깨끗하다, 더럽다고 하는 것은 상대적인 분별심일 뿐입니다.
우리는 어렵고 힘든 일을 할 때에는 작업복을 입으며, 의례 옷이 더럽혀질 것을 알고 있기에
어느 정도 더러워지더라도 더럽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맞선을 보려고 티 하나 없이 깨끗한 양복을 입고 나갔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이때에는 사뭇 상황이 달라지게 됩니다.
작은 잡티가 있어도 신경이 쓰이고, 더럽게 느껴집니다.
우리 마음에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 본다면, 작업복을 입고 일을 할 때 훨씬 더 더러운 데도 말이지요.
이처럼 더럽다거나 깨끗하다는 것도 상황 따라, 다른 것이지,
본래 더럽고 깨끗한 고정됨이 있지 않은 법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깨끗하다는 상(相)을 내며, 더럽다는 상(相)을 내는 것에 불과합니다.
우리의 분별심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판단할 때 이것과 저것을 비교하는 상대적인 분별심이 있기에,
더럽고 깨끗하다는 분별도 있는 것입니다.
더럽다고 했을 때 그것은 상대적으로 다른 것에 비해서 더러운 것이고,
깨끗한 것도 마찬 나아가, 이러한 더럽고 깨끗한 가치의 분별은 좀 더 넓게 확대하여
해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즉, 불구부정(不垢不淨)이란 공성(空性)의 이해는, 어떤 사물에만 깨끗하고
더러운 것이 있다고 분별하는 것을 없애려는 사상이 아니라, 사람의 인품이라든가,
인종, 학력, 재산, 명예 등에 있어서도 불구부정임을 올바로 깨닫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을 대할 때 순수하게 다가서기보다는,
온갖 편견의 색안경을 쓰고 다가서게 마련입니다.
인간의 가치를 출신 성분이나, 사회적 신분, 재산의 유무,
학력의 고저 등에 의해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래 태어나면서부터 못 나고 잘난 것이 어디 있을 수 있으며,
청정하고 더러운 사람이 어떻게 나뉘어 질 수 있겠습니까.
모두가 공(空)의 바탕, 연기법의 바탕에서는 스스로 존귀한 존재인 것입니다.
본래 더럽다거나 청정한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이 사상이야말로 영원하고 절대적인
인간 청정성의 회복이며, 인간 무죄의 엄숙한 선언인 것입니다.
존재의 본성, 인간의 본성은 더러워질래야 더러워질 수 없는 절대 청정한 것입니다.
다만 현실에서 행위를 어떻게 하며 살아가느냐에 따라 인연가합(因緣加合)으로
잠시동안 귀천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숫타니파타에서 다름과 같이 설하고 계십니다.
출생에 의해 천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고, 출생에 의해 바라문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 행위에 의해서 천한 사람이 되고 바라문도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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