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 강해 20-시고 공중무색 무수상행식(是故 空中無色 無受想行識)
이 장에서부터는 서두에서 다루었던 오온(五蘊)을 비롯하여, 십이처, 십팔계,
십이연기, 사성제 등 근본불교에서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던 모든 교설에 대해,
대승의 공(空) 사상이라는 큰 진리 속에서 모두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올바로 알아야 할 것은, 이렇게 겉으로 보기에는 부처님께서 설하신
모든 교설을 부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가르침의 본질적인 면에서 볼 때,
전체가 하나로 통일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시대와 상황이 바뀜에 따라 그 상황에 맞도록 방편이 달라졌을 뿐입니다.
스승이 제자를 지도할 때, 제자의 근기(根器)에 따라,
성품에 따라 가르치는 방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비난을 들었을 때 기분 좋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제자에게는 잘못된 점을 지적하기보다는,
잘 하고 있는 점을 칭찬해 줌으로써 더욱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지도할 수 있을 것이며,
본인의 잘못된 점을 지적해 줌으로써 올바르게 고쳐 나아갈 수 있는 제자라면 마땅히
잘못된 점을 하나 하나 지적해 주어 스스로 고쳐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전자의 방법이 긍정을 통한 교육이라면,
후자의 경우는 부정을 통한 지도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불교에서 진리를 나타내는 방법도 두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진리의 가르침에 대해서 하나 하나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어 진리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긍정적인 방법이 있고, 다른 방법은 공(空)이라는 부정을 통해서
진리가 스스로 드러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는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후자의 방법이 대승의 공(空) 사상일 뿐인 것입니다.
결국 추구하고자 하는 진리에로의 귀결은 한결같은 것입니다.
반야심경의 서두에서 핵심 사상을 나타낼 때, 이미 오온(五蘊)이
모두 공(空)하다는 사실에 대해서 충분한 설명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서두에 나오는, ‘시고 공중무색 무수상행식’이란, 공의 세계에서
오온[색.수.상.행.식.]은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부정의 논리로 나타내고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므로, 다음 장에서부터 십이처와 십팔계의 부정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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