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문관 제23칙) 불사선악(不思善惡)
★육조가 혜명 상좌에게 쫓겨 대유령에 이르자 혜명이 뒤쫓아와
육조가 이를 보고 바로 의발을 바위 위에 던지고 말하였다.
육조: "이 의발은 믿음을 표시하는 것인데 힘으로 빼앗아도 되겠는가?
그대에게 맡기니 가지고 가시요."
혜명 상좌가 들려고 하였으나 태산처럼 움직이지 아니하니 놀라서 부들부들 떨었다.
혜명: "나는 법을 구하려고 온 것이지 의발 때문에 온 것이 아니니
원하건대 행자여 내게 법을 열어 주십시요."
육조: "선도 생각하지 않고, 악도 생각하지 않는 바로 이 때에
어떤 것이 혜명 상좌의 본래 면목인가?"
[불사선(不思善) 불사악(不思惡) 부모미생전(父母未生前) 본래면목(本來面目)]
혜명은 즉시 크게 깨닫고는 전신에 땀을 쏟고 눈물을 흘리면서 예배를 하며 물었다.
혜명: "위의 비밀한 말씀은 비밀한 뜻 외에 다른 뜻이 있습니까?"
육조: "내가 지금 그대에게 설한 것은 비밀한 것이 아니다.
만약 그대가 자기 자신의 면목을 돌이켜 보았다면 비밀은 도리어 그대에게 있는 것이다."
혜명: "제가 황매산의 오조 밑에서 대중과 함께 있었으나
사실은 자기 본래면목을 보지 못했는데 이제 들어야 할 곳을 지시 받으니
사람이 물을 마시고 나서 차고 더운 것을 스스로 아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행자께서는 바로 저의 스승이십니다."
육조: "그대가 진정 이렇다면 나와 그대는 황매산의 오조를 같이
스승으로 섬길지니 스스로 잘 지키기 바랍니다."
★무문왈: 육조의 이 일은 도망가다 급하게 나온 노파심이 절절한 이야기다.
이를테면 여지(과일)의 껍질을 벗기고 씨를 발라서 입에 넣어 주어서 다만 삼키게 한 것이다.
★송: 묘사 할 수도 없고 그릴 수도 없다.
칭찬도 못 미치니 그 마음 쉬게나.
본래면목은 감출 수가 없으니
세계가 무너져도 그것은 남으리라.
○무엇을 일려 본래면목이라 할까?
선악이나 시비, 오호, 성속의 분별을 떠나서,
부모에게 몸을 받고 태어나기 전 나의 본래면목은 무엇인가?
한 마디로 이를 수 있다면 세상의 스승이 되련만, 어찌 수고를 아끼겠는가?
궁금한 분은 지금 즉시 부모미생전으로 돌아가라.
본래면목이 그대의 생사를 거두리라.
혜명이 전생의 공덕으로 육조를 만나고 본래면목을 찾았다.
하지만, 원래 낮 두꺼운 싸움꾼이라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도깨비 가면을 눌려 쓰고 본래면목이라 허세를 떤다.
님이시여, 과연 어디가 혜명이 도깨비 가면을 눌려쓴 허세인가?
직하에 알아차린다면 님의 본래면목은 감출곳이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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