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서 들리는 피리(江上聞笛)” -취미 수초(翠微守初)선사 (1590~1668)
遠風漁笛一聲長 (원풍어적일성장)
萬里江天向夕凉 (만리강천향석량)
驚起白沙汀畔雁 (경기백사정반안)
海門斜盧兩三行 (해문사로양삼행)
한 곡조 어부의 피리 먼 바람에 실려
만리의 강 하늘 석양따라 서늘하다
백사장가 기러기 놀다 일으켜
바다 위로 비스듬히 두세 줄 날아간다.
시의 제목에서 보이듯이 피리소리를 듣고 짓는다.
귀로 들리는 소리를 가지고 눈으로 보는 경치로 그리고 있다.
한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
먼 바람이라 하였으니 가까이에서 들리는 피리소리가 아니다.
먼 거리란 상상으로 접근하는 것인데,
그러기에 피리소리를 듣고 머리 속으로 그리는 풍경이다.
그러기에 소리는 길다.
이것이 어부의 곡조이니 강이 연상되며,
석양이 가까워 지는 싸늘한 풍경이다.
귀로 소리를 듣고는 싸늘한 촉감을 느낀다.
청각을 촉각으로 바꾸었다.
이 싸늘한 저녁 피리소리에 놀란 한 떼의 기러기 무리는 비상할 것이니
강 어구 저 먼 곳으로 한 점 한 점 이어지는 행렬이 보이는 듯하다.
앞에서 느꼈던 촉감의 싸늘함에 이제는
시각의 현실적 풍경으로 바뀌어 하늘로 비상하고 있다.
그것도 저 바다 어구를 가로 지르는 사선의 빗금으로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이 시는 이렇듯 선과 선으로 교차되는 멋진 구도를 가졌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들리는 피리소리는 옆으로 긋는 수평의 선,
강 하늘로 잇는 석양의 수직선,
하늘로 날라 강을 가로질러 사선을 긋는 기러기의 행렬,
상하 좌우로 선을 긋듯이 펼쳐진 풍경이다.
시의 흐름 자체도 백사장에 내리는 기러기처럼 쭉 흘러 내린다.
붓끝이나 호흡이 멈춤 없이 유유자적하다.
이 또한 스님의 막힘 없는 마음자리에서 빚어지는
풍경이라고 해도 무방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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