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 강해 21-무안이비설신의 무색성향미촉법(無眼耳鼻舌身意 無色聲香味觸法)
십이처(十二處}란, 안근(眼根) [눈], 이근(耳根) [귀], 비근(鼻根) [코], 설근(舌根) [혀],
신근(身根) [몸], 의근(意根)[뜻, 마음]의 여섯 감각기관 [육근(六根)]과,
그것에 상응하는 여섯 개의 대상[육경(六境)], 즉, 색경(色境) [빛깔과 모양], 성경 (聲境)[소리],
향경(香境) [냄새], 미경(味境) [맛], 촉경(觸境) [촉감], 법경(法境) [생각, 마음의 대상]을 합친 것을 말합니다.
경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습니다.
어떤 바라문이 물었다.
“세존이시여, 이른 ‘일체’란 어떤 것입니까?”
“일체란 곧 십이처이니, 눈과 빛깔, 귀와 소리, 코와 냄새, 혀와 맛,
신체와 촉감, 의식과 의식 내용이다. 이것을 일체라 한다.
비구들아, 만약 어떤 사람이‘이것은 일체가 아니다.
나는 십이처를 떠난 다른 존재를 찾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헛된 일이며,
알려고 해도 의혹만 더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십이처설은, 인간을 중심으로 하여 현상에 대한 인식의 구조와 한계를
제시한 불교의 가장 기본적인 관점입니다.
여기에서 근(根)이라 하면, 기관 이외에 그 기능까지를 포함합니다.
예를 들면, 안근은 눈과 눈의 보는 기능 까지를 포함합니다.
우리는 눈[안근]으로 빛깔과 모양[색경]을 볼 수 있고, 귀로 소리를 들으며,
코로 냄새를 맡고, 혀로 맛을 느끼며, 몸으로 감촉을 느끼고, 마음으로 많은 생각을 합니다.
이는 모든 정신 작용[식(識)]이 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리들 주관계의 감각기관과,
객관계의 대상이 서로 만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십이처의 분류법은 인간을 중심으로 한 분류법으로, 인간의 인식 능력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것은 불교가 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의 출발이 바로 인간을 중심으로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인간을 중심으로 하여, ‘나’라고 하는 주관적 존재와,
내 외부에 나타나는 객관세계를 합쳐 일체(一切)라고 하는 것이며,
이것을 육근(六根),육진(六塵)이라고도 합니다.
육근이란, 눈, 귀, 코, 혀, 몸, 뜻의 주관적 인식기관은 외부의 객관 대상을 인식하는 의지처가 되므로,
그 근본이 된다고 하여,‘근(根)’이라 하였고, 빛과 소리, 냄새, 맛, 촉감, 생각 등의 객관 대상(六境)들은
우리의 깨끗한 마음을 더럽히고 미혹되게 하기에 ‘진(塵)’이라고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십이처’의 교설 또한 ‘오온무아’에서 처럼,
근본불교 ‘무아(無我)’의 교설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눈으로 보이는 모든 것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기에 항상 변화하며,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 또한 계속해서 들리지는 않습니다.
냄새도 마찬가지이며 인과 연이 화합하여 잠시 나타나고
사라지는 것이며, 맛도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몸의 감촉 또한 항상 하지 않으며, 우리의 생각들도 어디에선가
잠시 왔다가 잠시 후면 사라지고 마는 것입니다.
이렇듯 여섯 개의 대상, 육경은 항상 하지 않으며, 우리 몸의 주관적 인식기관인
육근 자체도 우리가 죽으면 또한 사라지게 마련인 것입니다.
이렇듯, 육근과 육경은 항상 하지 않는 것이며, 항상 하지 않아 고정된 실체가 없는 것의 모임인 일체,
즉 십이처도 또한 항상 하지 않고, 그러므로 딱히 잡아, ‘나다’ 라고 할만한 것이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듯 근본불교 교설인 십이처는 '제행무상’과 ‘제법무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 말은 다시 말해, 대승불교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일체인 십이처는
항상 하지도 않고, 고정된 실체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인과 연이 모이면 존재를 형성하고,
인과 연이 다하면 존재를 파괴하도록 만드는 연기의 법칙에 지배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스스로의 자성(自性)이 없으며,
차별의 세계를 초월하여 무분별(無分別)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공(空)의 의미인 것입니다.
그래서, ‘무안이비설신의 무색성향미촉법’이라는 말로써
육근과 육경[육진(六塵)]을 부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육근과 육경, 즉 십이처를 부정함으로써 공(空)의 참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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