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문관 제13칙) 덕산탁발(德山托鉢)
★덕산이 하루는 발우를 들고 당으로 내려갔다.
설봉이 이를 보고 물었다.
설봉: "이 노스님이 종도 치지 않고 북도 울리지 않았는데
발우를 들고 어디로 가시는가?"
덕산이 바로 방으로 돌아갔다.
설봉이 이것을 암두에게 말하였다.
암두: "훌륭하신 덕산도 말후구를 모르는구먼!"
덕산이 이 말을 듣고 시자를 시켜 암두를 불려놓고 물었다.
덕산: "자네가 이 노승을 긍정하지 않는가?"
암두가 까닭을 말씀 드리니 덕산이 이내 그만 두었다.
다음 날 덕산이 법상에 오르셨는데 과연 보통 때와 달랐다.
암두가 법문하는 승당 앞에서 일부러 손뼉을 치며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암두: "기쁘다, 노스님이 말후구를 알았다.
이후 천하의 누구도 그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
★무문왈: 만약 이것이 말후구라면 암두 덕산 모두 아직 꿈속에서도 보지 못했다.
알고보면 이들은 한 무대의 꼭두각시와 같은 것이다.
★송: 최초구를 깨달으면 바로 말후구를 알리라.
말후니 최초니 한다면 한 구도 모르는 것이다.
○덕산은 최고의 선사이며 설봉의 스승인데 어찌하여
설봉의 한 마디에 고개를 숙이고 방장으로 돌아 갔는가?
여기에 혹시 다른 뜻이 있는가?
덕산은 과연 말후구를 몰랐을까?
(암두는 왜 스승에게 그렇게 말했을까?)
암두는 덕산에게 은밀히 무슨 말을 하였을까?
덕산은 비로소 말후구를 알았다는 암두의 수기를 받았으니,
암두가 덕산보다 뛰어난 조사인가?
○이 공안은 뜻이 심오하고, 독이 비상과 같으므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함부로 입을 놀려 신명을 상실하는 일이 없어야 하리라.
님이시여! 그대 진정 말후구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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